'네덜란드 단상', 신대원 소식지 '선지동산'에 기고한 글 투고

네덜란드 단상
                                                        유해무
        지난 9월에 출판한 헤르만 바빙크에 대한 평전을 쓰고 있을 때, 바빙크 출생 150주년 기념 학회 주최자로부터 발표 요청을 받았다. 이 학회는 바빙크가 교수로 일했던 캄펀과 자유대학교가 소재한 암스테르담에서 10월 28일부터 3일간 진행되었다.
        때를 맞추어 월요일(25일)에는 칼빈의 삼위일체론을 다룬 박사학위 공개 방어식을 참석하였다. 다음 날에는 우리 자매교회의 학교인 캄펀신학교의 교수회를 참석하였다. 이 학교 교수들이 신학 각 분야를 다룬 [신학 서론] 3판이 갓 출판되었는데, 은퇴 교수들과 현직 교수들이 이를 토론하기 위한 교수회였다. 여러 학교 교수들이 기고한 서론서라면 몰라도, 아마 이런 신학 서론을 같은 학교가, 그것도 세대를 거듭하면서 출판하는 학교는 이 학교 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10여년간에 대부분의 교수들이 은퇴하고 자리를 잡은 젊은 세대의 교수들이 약 2년 이상 공동 작업과 많은 토론을 거쳤고, 전국교회의 교인들이 모이는 ‘신학교의 날’에 이 책을 선보였다. 그간 신세대 교수의 신학적 입장이 구체화될 때에, 은퇴교수들은 염려의 눈으로 긴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서론 집필을 시작하면서 학장이 동료교수들을 대표하여 은사들인 은퇴교수들을 초청하여 설명회를 가졌을 때에, 이 염려는 불만으로 표출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토론회는 이런 염려를 직접 토로하고, 해명하고, 토론하여 서로를 이해하는 좋은 만남의 장이었다. 신학교가 목사를 양성하지만 이 일을 학문적으로 수행하는 연고로 현대 학문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은퇴교수들은 직시하면서, 신학교가 동시에 교회의 학교라는 사실을 주지시켰고, 후배 교수들도 이를 고맙게 수용하였다. 이 시대의 공기를 마시면서도 현대신학과는 구별되는 개혁신학을 추구하려는 사명감과 공동 작업의 열정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부러웠다.
        바빙크학회는 매일 6-7명의 연사가 발표하고 토론하였다. 유익한 신학 토론을 하면서 신학하는 보람을 오랜만에 만끽하였다. 이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았다. 바빙크와 카이퍼가 개혁하기 위해 노력했던 개혁교회는 이들이 경고하고 비판했던 이전의 국가교회와 연합하였다. 여기에 루터교회까지 가세하여, 화란개신교회라는 연합교회가 올 5월 1일에 출범하였다. 우리 자매교회 소속 참가자 그리고 외국인 참가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발표자나 참가자가 이 연합교회 교인이었다. 바빙크는 이 연합을 어떻게 볼까? 그러나 이 주제가 빠진 학회였다. 과거의 인물 바빙크만을 다루는 학회, 객관적인 학문을 논하는 학자들의 논문과 토론으로 이루어진 학회, 교회와 신앙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임이 되고 말았다. 성경 읽기는커녕, “교육학자 바빙크”에서 바빙크가 기독교교육은 기도로 시작해야 한다고 했는데도, 기도가 없는 학회였다. 개혁신학의 현재와 장래를 논하는 논문은 놀랍게도 외국인 발표자들의 몫이었다. 게다가 이미 은퇴한 바빙크 연구 전문가들이나 은퇴 목사들은 많이 왔지만, 젊은 신학도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머리가 검은 한국 유학생들의 성실한 참석이 많은 것을 대변하고 있었다. 한 외국인 발표자의 언급처럼, 신학의 중심점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이제는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동참하고 느꼈다. 목회자 바빙크는 “교회가 건강할수록, 신학은 힘을 받는다.”는 멋진 말을 하고서는, 그 후 38년간 개혁신학의 이정표를 세우는 신학자로 사역하였다. 약해져 가고 있는 그의 교회, 신학은 있지만 그 힘은 쇠하고 있다. 이제는 부흥한 한국교회가 이 일을 맡아야 한다. 우리는 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들에게 진 사랑의 빚을 갚고 이 신학의 집을 재건하기 위하여! 언젠가 그랬듯이, 부푼 가슴은 이미 한국에 서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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