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설, 여름 방학, 추석, 겨울 방학이라는 시간에 엄마의 7남매들은 다 같이 만난다. 가끔씩 시간이 안 되어 몇 가족씩 빠지고 아니면 아예 안 모이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때가 어떻게 됬던 이번 여름 방학 여행 중 가족모임 또한 일부분이 되었다.
가족모임을 하기 전 ‘우리’ 가족모임을 먼저 했다. -물론 가족 모임도 마찬가지로 ‘우리’ 가족모임이겠지만.- 마지막 관광지를 돌은 후에 차안에서 골아 떨어져 편안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니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지며 가족모임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한 가족의 집에서만 모인 것 같았는데 밖에 나와 다른 곳에 숙소를 잡는다는 마음에 새로웠다.
산 안쪽 까지 올라오며 그 맑고 상쾌한 공기는 좋던만 왜 이름을 산장이라고 지어서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산장과 모텔은 이름부터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수학여행에서나 흔히 접할 수 있는 공포영화에서나 들을만한 산장과, 호텔보다는 질이 떨어지지만 가족 숙소나 깨끗하게 잘 수 있는 곳은 모텔이라고, 사전에도 없는 내용이 마음속에서는 저절로 구분이 된다. 그나마 차에서 내렸을 때 건물의 크기가 나에게 안심을 주었다. 적어도 내가 ‘상상하던’ 그런 곳은 아니었다. 큰 이모네와 큰 삼촌네가 저녁을 먹고 들어오시자 그때 우리도 짐을 바리바리 챙겨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자 마자 산장과 모텔의 차이점을 하나 더 인식하였다. 엘리베이터가 있다, 없다.
아침부터 일어나고 먹고 싸고 놀고 관광하고 먹고 놀고 한 것 밖에는 없는데 왜 이리 피곤하고 다리가 쑤신지 연세 있으신 분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방은 꽤 크긴 컸지만 왠지 모르게 답답하게 느껴졌다. 아직 3가족 밖에 오지 않았으나 이제 2가족만 더 오면 게다가 오빠 한 명만 더 와도 움직일 자리가 없을 것 같았다. 곧이어 하늬네와 그 차에 예영. 하진이가 왔고 하진이가 체를 한 탓에 아무래도 몇 마디 주고 받던 그 분위기가 더 싫어졌다. 하늬가 와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우리 숙소가 된 202호로 갔다. 그래도 중학교를 1년 더 다녔다는 그러한 느낌으로써, 왠지 진짜 언니가 된 느낌으로 학교에 대해서 말을 주고받았다. 학교가 ‘모범적인’ 전형의 학교는 아닌 것 같았는데 그래도 하늬가 대인관계도 워낙 좋다보니 내가 남 걱정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았다.
조금 뒤 점점 더 심심해 지기 시작했고 아무 기구 없고 사람만 딸랑 놔 둔 그런 상황에서 놀 거리는 생기지 않았다. 기어이 세나언니가 편안히 누워 있는 복도에 있는 쇼파 쪽으로 갔다. 거기서 특별히 이야기를 나눴다는 기억은 없는 것 같고 옆에서 몇마디 나누고 끄덕끄덕, 그리고 가만히 서 있다가 이나언니랑 또 하나의 심심한 이인 성훈이와 함께 윗층으로 올라가 tv를 시청했다. 예영이에 이어 하늬랑 예희. 하영. 하민이 들어오니 이나 언니와 성훈이는 이유를 알 것 같은 신음 소리를 내며 결과물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에 맞추어 어느새 모두 없어져 버렸다. 이렇게 tv를 오fot동안 본 것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았다. 그래도 더 보라면 더 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내 잠의 한계에 도달할 즈음 큰 외삼촌이 정확히 맞춰서 방으로 들어오셨다. 드디어 잠을 잘 수 있었다. 내가 저녁에 샤워를 했는지 아침에 샤워를 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아침, 저녁 상관 없이 그 곳은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이 반대였기에 약 5분 동안 그 이유를 풀기 위해 나름대로 화장실에서 고심을 하였다. -보통 샤워기는 모든 집이 그렇듯 오른쪽이 차가운 물, 왼쪽이 따뜻한 물이다.-
아침에 늦고도 늦게 일어나 보니 우리가 가장 늦었다는 사실을 대충 알 수 있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엄마 아빠 두 분 다 잠이 꽤나 많으시고 -아빠가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내 나름대로 과학적으로 보자면 유전적인 측면은 분명히 나타날 수 있기에 그대로 우리 가족은 잠이 많은 셈이다. 결국 예상했던 대로 외삼촌이 전화가 오셨고 그 후로도 2번 더 큰 외삼촌도 데리고 오라는 전화가 왔다. 어젯밤에 tv를 본 덕분에 알 수 있었다.
윗층으로 가 모두가 모여있는 곳으로 가니 어제는 보이지 않았던 송영이 오빠네가 보였다. 아침 일찍 도착하여 조금 기다렸다고 한다. 아침을 푸짐하게 먹고선.. 그 다음에는 도저히 무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그날 언제 나머지 안 온 사람들이 왔다는 것이다.
사실 어젯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거론되었던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데 하필이면 이곳에 ‘바이올린들’이 ‘소풍’을 와 우리의 귀를 피곤하게 했다. 그저 하나의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라면 어느정도는 지장이 가겠지만 라디오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감사하게 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저 개인 연주가 아닌 -아마- 학원에서 온 학생들이 교수님에게 검사를 받고 연습을 하고 다시 검사를 받는 등 계속 교대하며 아예 연습을 하러 ‘산장’에 왔던 것이었다. 게다가 마치 자기들이 온 건물을 다 빌렸다는 듯이 문을 열어놓고 편안히 연습을 하였다. 문을 닫아 달라고 첫 방부터 끝 방까지 다 부탁을 하고 다시 돌아오면 다시 첫 방에 문이 열려져 있어 더 힘들었다고 한다;; 몇몇 ‘분들’이 흥분을 하여 열열발언을 하는 사이 나는 개인적으로 ‘바이올린 실력이 꽤 제법’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도 그것에 대해서 어이없기는 했다. 게다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인 정말 짜증나는 눈초리를 나에게 몇 번이나 보냈기에 어이없음에 플러스 되어 짜증남에 까지 이르렀다. 그리하여.. 우리는 숙소를 옮겼다. 아, 그렇군. 어제 밤에 이어 이번에는 이나언니와 성훈이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는 tv를 즐겁게 시청하였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시청하던 중 그제야 그 바이올린에서 벗어날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정말 몇 배는 더더욱 좋은 곳으로 갔다. 아니, 왜 어째서 진작에 여기에서 안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그곳은 크고, 깔끔하고, 더군다나 바이올린 같은 것은 아무데도 없었다. 특히나 하늬의 눈에는 큰 방과 맞춰 큰 tv가 눈에 들어왔나 보다.
새로운 숙소에서 가장 차이가 났던 것은 바로 이름 그 자체였다. 이름은 그 사람이나 그 회사, 물건의 모든 것을 말해 주는 것인데 전의 숙소는 이름이 산장으로써 이름만으로도 자신의 상태를 모두 알려주는 반면에 이 곳은 산장을 이쁘고 세련되고 반기게 만드는 ‘숲 속의 모텔’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름으로써도 모든 것을 다 이해 시켜 주었다.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드디어 물놀이를 하러 나갔다. 그저 나갔을 뿐 그 전에 계곡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너무 졸려서 음식을 시킨 후 바로 식탁 위에 엎드려서 잠을 청했다. 조금 뒤 내가 시킨 것과는 다른 해장국이 나왔다. 물론 나도 해장국을 먹고 싶은 생각은 했지만 내가 시킨 것과는 달랐기 때문에 졸림에 더 쌓여서 화를 냈다. 하지만 세나언니의 추천과 그래도 내가 싫어 하는 것은 아니였고 왠지 땡겼기에 그저 한 숟갈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맛은 환상적이었다. 처음 먹어 본 음식이었기에 이 집이 특별히 잘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해장국이 다른 곳도 이 맛이라면 미역국, 된장국 등에 이어 내 food specialist에 오를 것이다. 너무 사랑스럽게 맛있는 해장국은 어느정도 피로를 없애 주었다.
다 먹은 후 다시 졸음이 오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해 보는 물놀인데. 이 이유 때문이었는지 이 식당에서 먹으니 계곡의 그늘진 곳에 미리 돗자리와 자리를 정해 주어 편하게 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늘, 자리까지 요건이 다 되다 보니 정작 중요한 물놀이에 필요한 요건은 되지 않았다. 물놀이라기 보다는 그저 아기들이 손을 휘휘 저을 수 있는 정도? 게다가 물놀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 사람은 얼마 없는 것 같았고 거기에 하나 더 추가 되어 물이 너무 찼다.
결국에는 어느 정도 물을 맞은 후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모처럼 축구하는 곳에 따라가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내 본능에 따라 숙소에서 편안히 tv를 보게 되었다. tv란 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은 봐줘야 되는 거다. 마침 내가 초 3 정도 때 흥행을 하던 -하지만 나는 단 1편도 보지 않은- 드라마가 하길래 몇 년 흐름에도 불구하고 확 달라진 우리나라의 미디어를 관찰하며 재미있게 보았다. 조금 뒤 어른들이 들어오시자 우리도 슬그머니 다른 방으로 가서 더 편안한 자세로 보았다. 조금 뒤 고기 냄새가 솔솔 나더니 나의 사랑스런 꼬기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 건물 밖으로 나가 바로 뒤로 돌아가니 고기를 구울 수 있는 장소와 먹을 수 있는 장소가 다 마련되어 있었다. 그렇게 맛있을 수도 없었다. 요즘 들어 고기를 더 많이 먹긴 했어도 늘 고기는 새롭고 아름답다. ㅎㅎ 나 덕분에, 때문에 나와 한 접시를 쓰던 하늬가 체를 했다. 하긴 나도 그 날 조금 무리를 했는데 나보다 5배는 적게 먹는 하늬에게는 얼마나 무리였을까. 미안하긴 하지만 나는 나 나름대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다 먹고 다시 tv 앞에 서려고 하니 이제는 양심 찔림과 함께 내 양심 찔림을 막는 이가 왔다. 1년 동안 감사했던 일에 대해 나누기. 좋은 교회와 다를 것 없다. 그리고 역시 우리 가족모임이니 이런 게 가능할 거다. 나야 특별한 일은 없었기에 친구에 대해 감사한 것을 나눴다. 이번 나눔에서 가장 깜짝 놀랄 만한 일은 안진이 오빠였다. 일본을 갔다온 후로 제대로 된 소감도 듣지 못했는데 그 소감을 눈물로 대신 하였다.;; 섬김의 기쁨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자 이 인간이 정신이 나갔나 싶었지만 조금 뒤 우는 것을 보자 오라, 이제는 진짜로 변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눔은 길고 길게 연장되어 역시나 외삼촌은 약속하셨던 개인마다의 only 3분 나누기를 못 지키시고 어른의 나눔부터 재밌기도 하지만 졸음을 가져다 준 나누기를 했다. 드.디.어 끝나자 우리는 어느새 거의 매번 하게 된 마피아를 다시 진행하였다. 안타깝게도 timing이 하늬를 미워하는지 정확히 나눔이 끝날 때 즈음이 되자 하늬가 채를 해서 마피아를 하지 못했다. 마피아는 꽤나 즐겁게 진행되었다. ‘만족스럽도다.’ ;;
그 전날 마피아가 끝난 후 너무 허둥지둥, 졸음이 오는 그 상황에서 잠이 들어 버리니 아침에 깨었을 때는 역시나 어제와 다를 것 없이 시간은 많이 가 있었다. 사실 그런 줄 알았지만 내가 깨었을 때는 7시 쯤 된 시간이었고 내가 일어난 이유는 오직 잠결에서 들린 harry potter였기 때문에 어제 처럼 급히 준비하고 모여야 하는 상황은 아니였다. 엄마 아빠가 고맙게도 아침일찍 tv를 돌리시다가 크나큰 스크린의 tv에서 harry potter를 발견하시자 나를 생각하셔서 깨우신 것이었다. deathly hallows 1에 대한 인터뷰들과 해석들이었다. 상쾌한 아침으로 시작해 다시 잠을 청하여(..) 결국 최종적인 기상시간은 어제와 다름없는 시간이었다. 다행히 하늬는 그 전날 보다는 많이 나아진 모습이었다. 아침에 맛있게, 역시나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먹고 모임을 가졌다.
-오오오, 며칠을 이어서(+미뤄서ㅋㅋ) 쓴 후기가 이제야 마무리 되고 있다!-
현재 약 3주일이 넘게 지나고 있기에 세부적인 것은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침과 점심은 똑똑히 기억할 수 있다. 아침 점심 모두 라면을 먹었다.
아침을 다 먹은 후 축구 이야기가 나오자 우리가 잤던 방으로 가서 축구를 시청하셨다.ㅎㅎ-지금까지 열심히 후기를 쓴 나를 위해 존칭을 썼다;;- 벌써 새벽에 다 끝낸 경기였지만 그래도 두 개의 경기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와 했는지도 기억도 안 난다. 하지만 우리가 볼 때 까지는 우리가 지고 있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모두 한 방에 편안히 각자 자리를 잡아 축구를 시청하고 ‘계실’ 즈음에 누군가 -아마 예영이었던 것 같다- 와서 조금 뒤에 큰외삼촌이 ‘연설’을 하실 계획이시기에 -적어도 나에게는 연설이라고 들렸다.- 그만 보고 나오라는 전보를 가져다 주었다. 오. 이런. tv본 지는 몇 시간 지나지 않았지만 아침부터 편안한 안식을 즐기고 계시는데 감히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어쩌나. 가야지. ;; -뒤로 갈 수록 짧아지고 대충대충하는 표시가 나는 듯..-
결국에는 모두 모여 어제와 같은 형태로써 다시 한 번 큰 모임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처음에는 ‘나의 성공한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는 걸로 의심이 될 정도로 엄청난 서울대라는 자존심을 내세우셨다. 뭐, 큰 외삼촌이 들어오셨을 때는 조금씩 정돈 되었지만 말이다. 이게 요점이 아니고, 사실 후기 중 이 부분이 가장 부담이 된다. 이번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part였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특히 재밌게 놀았던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면 정말 즐겁게 그 때를 떠올리면서 쓸 것인데 이 상황은 그 때를 떠올리며 쓸 상황이 아니다.
아무튼 이야기는 진행되었고 외삼촌이 드디어 서울대에서 빠져 나오셔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김인수 장로님의 말도 전해 주셨다. 늘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라. 물론 큰 외삼촌이 얘기하신 부분도 있고 엄마가 말한 가장 중요한 장소, 사람, 순간도 있었지만 -이것은 내가 많이 듣고, 본 내용이었다;;- 나에게는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얘기가 가장 기억에 남고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이야기었던 것 같다. 물론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게 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 처럼 성공할 것이다.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은 누구나 한번씩은 다 들은 이야기이고 다 아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결과가 무엇이 되던 간에 늘 그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야기가 모두 끝난 후에 큰외삼촌께서 축복(?)을 해 주셨다. -내가 듣기에는 칭찬이었다. ㅎㅎ-
이야기가 다 끝난 후에 완전히 축 쳐져서 라면과 그 외의 많은 것들을 먹고는 출발하였다.
The end
라면 정말 바로 침대로 뛰어가서 잠을 청하겠지만 마지막 소감. 마무리: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서 정말 좋았다. 물놀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그래도 그냥 이런 대 가족이 다 같이 모여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로 정말 즐거웠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또한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추석을 기대한다. ㅎㅎ
역시 박다희네~~
다희는 재미있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야기꾼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