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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딱 이때쯤이네요.
기말고사가 끝나면, 시험을 마치자마자 짐을 정리하여 합천으로 갔습니다.
다른 데의 모내기는 다 끝내고, 장마가 와야 모내기를 하는 저건네만 남겨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때쯤 장마가 시작되면 많이 내리는 비에도 감사하며 비옷을 입고 논을 쓰리고 모내기를 합니다.
하기야 비옷(갑바)도 없었습니다. 비웃이 많으면 2벌, 적으면 1벌.
나머지는 비닐을 둘러입고 일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비가 와서 모내기를 할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했던지요.
장마가 늦게 올 때는, SFC 대학생대회랑 겹칠 때도 있었답니다.
SFC기도제목이 대학생수련회 동안에 비가 오지 않는 좋은 날씨를 달라는 거였는데,
저는 항상 적당한 날씨를 위해 기도했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비를 기다리다 억수같은 비를 맞으면서 함께 모내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늘만 바라보고 사는 저건네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아버님은 초기 저건네를 개간하고 난 다음에,
논을 비옥하게 하시려고 아카시아를 논에 넣으셨다.
그러니까 내가 아직 국민학교 시절이겠네.
나도 모를 내다가 가시에 많이 찔리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때에는 모를 심다가 논에 뱀이 지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거머리를 피하려고 내가 대학 1학년때 여학생에게 부탁하여
헌 스타킹을 얻어 신고서 모를 낸 기억도 난다.
지금이면 보다 편하게 모도 심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데 ...
해은 동생의 소고기 미역국의 말미처럼, 노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씁씁할 때가 있다. 부모님께서 계시지 않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