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부모님산소
by 동무

거창에서 작은형과 안진이를 만나 함께 묘산으로 갔습니다.

보통 때는 토요일에 조부모님 산소와 부모님 산소를 하고

주일에는 앞산 너머에 있는 집안 산소를 벌초하고 교회로 가며 벌초를 마무리했답니다.

앞산 너머의 네 상구는 길이 험하고, 또 산소가 비탈에 있어 모두들 꺼리는 곳이랍니다.

 

이번에는 토요일에 다 마무리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먼저 뒷산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큰아버지 산소를 벌초를 했습니다.
지난 해에 큰형, 큰형수님, 작은형과 함께 깨끗이 해서 그런지 산소의 풀이 험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조부모님 산소의 벌초를 마쳤습니다.

 

앞산너머 남실마을에서 내려 벌초를 위해 등산을 했습니다.

앞산너머는 집안 산소로 집안 사람들과 주일에 하는 산소들인데, 주일에는 벌초하지 않으려고 우리가 미리 했습니다.
그동안에 은진씨는 관기교회로 가서 김강도사님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까꾸리를 가지고 오지 않아 남실마을에서 2개를 빌렸습니다.

앞산너머 산소로 가는 길이 아주 비탈져서 벌초기와 짐을 가지고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중간쯤 가는 데, 앞이 흐릿하게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안진이는 작은형의 짐을 받아들어 열심히 올라왔습니다.
아마 작은 형은 안진이 때문에 마음이 흐뭇하셨을 겁니다.

온힘을 다해 첫번째 산소에 도착했습니다.
"다 왔다"하고 외쳤습니다.

그런데, 산소를 보니 깨끗했습니다.
누군가 벌초를 해 두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산소 앞의 돌을 보니 분명히 "진주류씨"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한숨을 돌린 다음, 두번째 산소로 갔습니다. 여기도 역시나 벌초가 되어 있었습니다.
벌초할 사람이 없는 데 이상했답니다.
세번째 산소로 갔는데 이 곳은 벌초가 되어 있지 않았답니다.

힘들게 왔는데 이곳이라도 벌초하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이곳에는 산소 2기가 있는데 산비탈에 산소가 있어서 부모님 계실 때 폭우로 비석이 떠내려간 곳입니다.
비탈이라 그냥 서 있기도 쉽지 않은 곳이라 벌초하기가 힘든 곳이랍니다.
하여간 누군가 벌초를 해 준 덕분에 빨리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은진씨를 호출하여 앞산너머 남실마을에서 저건네로 이동했습니다.

포장도 되어 있고, 또 산소로 가는 길을 누군가 정리해 두어서 쉽게 산소로 갈 수 있었습니다.

담배 피는 사람들은 산소로 와서 담배 한대 피우며 산소를 둘러 보며 한숨 돌린 다음에 벌초를 한다고 하면서,
우리도 간식을 먹으면서 혹시 벌이 있는지 보자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하자마자 벌이 날아 다니는 게 보였습니다.

벌을 따라가 보니, 간식 먹는 뒤, 산소 뒤 비탈 중간에 땅벌집이 있어 거기로 벌들이 들락날락하고 있었습니다.

벌집 주위로는 낫으로 조심스럽게 벌초를 했습니다.
내년에는 벌집을 제거할 수 있는 장비를 준비해서 와야겠습니다.

부모님 산소가 넓어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벌초를 끝내고, 함께 둘러 앉아 "주안에 있는 나에게" 찬송을 부르고 작은형 기도로 마무리했습니다.

 

작은형이 타야할 차가 거창에서 대전으로 가는 저녁 6시 40분 차입니다.

법정아재집에 와서 앞산너머 산소에 벌초가 되어 있다고 했더니, 모르는 사람이 한 것 같다며 함께 웃었습니다.

얼른 샤워를 하고, 아지매가 준비해 둔 추어탕을 먹었습니다.
점심은 비벼서, 저녁은 추어탕으로 정말 맛있게 실컷 먹었습니다.

급하게 관기교회에 들러 인사를 하고 나왔는데 외가에 들러야 하는데 거창으로 바로 가야 겨우 차를 탈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전으로 가는 차가 거창에서 함양으로 들러서 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외가도 들리기로 했습니다.
외가에 들러서 인사를 하고, 또 여전히 두 분이 잘 계시는 걸 보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급히 거창으로 해서 함양으로 갔습니다.

함양에서는 7시에 출발하는 데, 좀 과속을 했더니 10분전에 도착했습니다.

이로써 계획했던 일들을 다행히 다 할 수 있었습니다.

 

주일을 지낼거라고 했는데 그냥 오게 되어 관기교회 김성현강도사님께 참 미안했습니다.
이번 벌초에서 안진이가 없었더라면 시간 안에 끝내지 못했을 것인데 안진이가 많이 수고했습니다.

그리고, 새벽 일찍부터 지하철, 기차, 시외버스로 서울에서 내려와서 힘든 벌초를 하고 다시 올라가 주일을 섬겨야 한 작은형께서 큰 수고를 하셨습니다.

저건네 가족 모두의 삶에 은혜와 평안이 넘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