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일기
하민이 동생을 그리며....
입양에 대해 처음 접하던 때
언젠가 대학시절 대구엔가 SFC모임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결혼한 어느 간사님으로부터 언젠가 자신은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그분은 친자가 있었으며 지금까지 입양을 하지 않고는 있지만 그때 처음으로 ‘입양’에 대해 ‘아 그런 방법도 있구나. 참 좋은 일인 것 같다’라고 생각을 하였었습니다.
입양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게 된 시기
결혼한 후 아이를 입양하여 키우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하늬 이전에도 생각을 해 보았지만 한명이라도 우리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또 한명을 입양하여 기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우리 부부는 자연스럽게 나누었고 이것은 우리 가정의 비밀스런 소망이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세상에 태어나 누군가의 손에 자라야 한다면 기관에서보다는 부족해도 따뜻한 가정에서 자라게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 여러 방법이 있지만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성경을 읽으며 들으며 자라가는 것이야말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 아이의 영혼을 생각하여서라도 우리 가정에서 한명이라도 맡고 싶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늬가 3살 되는 해 봄에 딸 한명을 입양할 계획을 가지고, 하늬가 돌이 좀 지났을 때 큰형과 상의했던 적이 있습니다.(그때 형은 안식년으로 화란에 계셨기 때문에 메일로 주고받았음) 그런데 뜻밖에 하민이가 생겨서 입양은 당분간 미루어질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러나 늘 입양에 대한 소원은 사라지질 않았고 언젠가 주님이 허락하여 주시기를 기대하며 기다리며 지냈습니다.
이제는 그 때가 아닐까.....
이제는 때가 무르익은 것 같습니다. 물론 완벽한 때를 기다리자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도 안될거라는 생각이 들고,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이제 하민이 동생을 입양하고 싶은 마음이 우리 가족 안에 가득 차 있습니다. 사실은 철부지 하민이가 철들기를 기다렸고 ‘우리 아이들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데 어떻게....’라는 생각이 저희를 붙잡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약할 때 강함 되시는 주님’을 더욱 바라보게 됩니다.
하늬도 처음에는 임신에 대해서 관심도 많고 배불러 있는 엄마들을 너무 부러워했기 때문에 그냥 우리 아이를 낳으면 안되겠냐고, 입양에 대해 얼른 수긍을 하지 않았었는데 한번씩 기회가 될 때 설명하고 입양기관을 다녀오기도 하면서 그리고 입양된 아이들을 만나면서(현재 광주에 입양가족모임이 있는데 올해 두번 데리고 다녀왔음) 자연스럽게 동생을 입양하고 싶은 소망이 생겨 매일 아이를 빨리 데려오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민이는 아직도 철이 덜 들긴 했지만 신기하게도 아가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지대한 관심과 사랑을 보이는지, 교회에 아기가 있으면 하늬 하민이만 종일 그 아기들에게 붙어있을 정도로 예뻐하고 다 데리고 와서 우리 집에서 키우자는 말을 자주 합니다.
어려운 점도 있겠지요...
보람도 크겠지만 좋은 일만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한정된 수입에서 양육비도 더 들어야 할 것이고, 매여있는 상황도 많을 것이고 하늬 하민이에게 더 못해주는 미안한 상황도 생기겠지요. 그러나 이상하게도 주님이 믿음을 요구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현실 너머에 있는 복이 우리 가정에 가득할 것이고 이 아이로 인해 누릴 기쁨이 자꾸만 보입니다. 부족한 것이 있고 어려움이 분명히 있겠지만 사랑을 나눔으로 생기는 것이라면 기꺼이 그 길을 걸어가길 원하며, 넉넉한 것보다는 오히려 부족한 듯 살면서 하늘을 바라보며 살고 싶습니다.
셋째아이에 대한 생각...
여자아이이고 갓난아기이기를 바랍니다. 엄마 배에서 나올 때부터 누군가의 사랑이 필요하고 생후 1년 동안의 애착관계가 아주 중요한 것 같아서 가능하면 갓난아기 때부터 기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주 순해서 잠도 잘 자고 귀엽고 총명한 아기이기를....(너무 욕심이 과하죠?)
무엇보다도 믿음으로 양육되어지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하신 일을 들으며 함께 예배하면서 믿음으로 자라가기를, 그리고 이 아이 안에 있는 재능들이 발견되어져 하나님 나라의 한 부분을 잘 감당하고 장성한 후 경건한 가정 이루어 자녀들에게 믿음의 대를 물려줄 수 있다면... 하는 간절함 뿐입니다.
공개입양을 할 생각...
공개입양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긴 하지만 아이에게 입양의 사실을 알리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안에서는 입양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비밀입양이 권해졌었고 실제로 많이 행해지고 있는데 그에 따른 어려움도 없쟎아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출생비밀에 대해 부모가 아닌 제3자에게 들었을 때 겪는 충격, 그리고 사춘기 때나 장성한 후에 알게 되었을 때 겪는 심한 자기정체감의 상실... 이것으로 인한 부작용이 아주 큰가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국내에서도 공개입양을 권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 가정이 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기는 다양하지만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입양의 사실을 알리고 두 부모가 존재하는 것을 말하고 또 다른 입양가정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에게 입양이 나에게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고, 나아가서 입양에 대해서 떳떳하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공개입양이 저희는 더 바람직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 개인에게 뿐 아니라 저희 가정은 많은 사람들이 입양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가능하면 많은 아이들이 따뜻한 가정을 찾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입양에 대해 자연스레 나누고 싶습니다.
물론 어려운 점도 많이 있겠지만 다른 입양가정들과(대한사회복지회를 중심으로 공개입양가정들이 전국적인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지고 있음) 서로 도우면서 그렇게 키울 생각입니다.
가족들에 대한 바람...
가족들이 마음으로 동의해 주셨으면 합니다.
하민이의 동생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우리 저건네 가족의 일원이기 때문에 모두 환영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입니다.
여러 염려되시는 부분도 많겠지만 허락해 주십시오.
가족들께서 동의해 주시면 기관에 가서 구체적으로 신청할 생각입니다.
글을 마치며....
엊그제 결혼식을 올린 것 같은데 벌써 9년여 세월이 흐른 것이 믿어지질 않습니다.
20대 중반에서 시작하여 이제 30대 중반의 나이를 걷고 있습니다. 더 세월이 흘러가기 전에 주님이 주신 은혜에 보답하며 열매 하나를 드리길 원합니다. 그동안 많은 것들로 채워주셨습니다. 좋은 가정, 평안한 삶.... 이제 주신 것으로 어린 생명 하나를 품으며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약할 때 강함 되시네 나의 보배가 되신 주 주 나의 모든 것---
주 안에 있는 보물을 나는 포기할 수 없네 주 나의 모든 것---
예수 어린 양 존귀한 이름--- 예수 어린 양 존귀한 이름---”
요즘 늘 부르는 이 찬양을 오늘도 불러봅니다.
수많은 생각과 기도로 결정한 일이라면 축복하고 싶다.
나도 요즘 건강이 허락했다면
한 두명 정도 아이가 더 있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아기들을 보면 탐이 나는데
사실 기를 자신은 없다.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기대가 되기도 하고
함께 기도하마.
주의 선하신 인도하심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