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 교회 장로님 부부가 악양인 우리 집을 왔다 가셨다. 이 분은 전 교회 교회당을 중축할 때 일정액을 출연하고 또 손수 교회당을 증축함으로 무보수로 봉사하셨다.

 

   모처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남편이 “사실은 결혼 당시 자기가 불신 결혼하여 지금의 아내를 만났지만, 만난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불신) 아내 만난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사실 내가 보아도 그 여자는 인간적으로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신앙적으로도 대단한 분이다. 현재는 남편인 장로보다 더 믿음이 깊다. 고난과 어려움이 오면 교회당에 가서 기도하는 가운데 그 문제를 풀고 헤쳐 나간다.

 

   사업을 하는 중에도 한꺼번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천 개의 주문이 들어오면 이것 역시 기도하는 가운데 방법을 찾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간다. 교회를 위해서도 열정을 다해 봉사하고 남을 많이 돕고 구제도 한다. 그야말로 남편의 칭찬이 거짓이 아니리라.

 

   그래서 내가 그 부부에게 “장로님이 결혼할 당시 외형적으론 불신 결혼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에 있어선 불신 결혼한 것이 아니다. 아내인 집사님은 비록 당시 교회를 출석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는 이미 ‘믿음의 씨’를 가진 하나님의 백성이었다.”는 식으로 말을 해 주었다.

 

   그러자 그 아내 집사님의 말이 “안 그래도 내가 당시 비록 교회는 안 나갔지만 지금 돌아보면 자랄 때부터 교회 쪽에 관심이 많았고, 아버지가 불교였지만 ‘나는 차라리 교회를 갔으면 갔지, 절에는 안 간다.’는 마음과 자세를 가졌다.”고 했다.

 

   현재 이 아내 집사님 가족들은 불교를 믿던 친정아버지도 믿고 돌아가셨고, 어머니도 믿으시고, 형제들 대부분이 돌아와서 믿으신다.

 

   언약 사상에 입각하면 하나님의 백성은 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다. 누구로부터 전도를 받아서 교회당에 들어서고 예배 하면서 설교를 듣는 가운데 비로소 하나님을 최초로 알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탄의 자식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못하고, 단지 하나님의 자식이 때가 되어 이런 과정을 거쳐 하나님을 확인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우리가 흔히 말하듯이, 전도는 사탄의 자식을 하나님의 자식으로 만드는 것이라기보다는 태초부터 예정된 하나님의 자식을 교회로 불러서 자신이 하나님 자녀이며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자기 삶을 통해 어떻게 역사해 오셨는지를 확인시키고 깨닫게 하는 것이라 본다.

 

   사람이 결혼할 당시에는 당연히 믿는지 안 믿는지를 구분하고 따져야 하겠지만, 이미 결혼해서 살아가는 가정에는 가능하면 화합해서 부부가 잘 살도록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고전 7:12-13엔 “만일 어떤 형제에게 믿지 아니하는 아내가 있어 남편과 함께 살기를 좋아하거든 저를 버리지 말며, 어떤 여자에게 믿지 아니하는 남편이 있어 아내와 함께 살기를 좋아하거든 그 남편을 버리지 말라.”고 하셨다.

 

   이어서 고전7:14엔 “믿지 아니하는 남편이 아내로 인하여 거룩하게 되고, 믿지 아니하는 아내가 남편으로 인하여 거룩하게 (된다.)”는 구절도 있다. 하나님께서는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대까지 은혜를 베푸신다(출20:6)고 하셨기에, 자기 백성이 혹은 자기 백성의 후손 중에 비록 잘못하여 불신결혼을 할지라도 세월이 지나서 돌아보면 합력하여 유익되게 하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엔 좋은 사건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인간의 전기나 책에 불과하리라. 많은 위인전이나 시조담은 그야말로 자랑스러운 좋은 것만 기록하고 좋지 아니한 부분은 따 빼버린다. 그러나 성경은 그렇지 못한 부분도 밝히고 그러한 부분들을 통해 결과적으로 어떻게 합력하여 유익이 되게 하시는지 까지 밝히고 있다.

 

   오늘날도 신앙인의 가정이나 후손이라고 해서 다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이해되지 아니하는 부분도 발생하지만 그것을 숨기고 감추기 위해 더 중요한 부분을 놓치거나 더 큰 악을 범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본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우리 인간과 같지 아니하시다. 좀 잘한다고 확 빠져서 복을 막 사정없이 부어주시다가도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고 못하면 마음이 변하여 완전히 저주를 퍼부으시는 그런 분이 아니시다. 자기가 잘하였는데도 받는 시련뿐만 아니라 비록 실수하고 죄를 지어 당하는 징계까지도 따지고 보면 더 잘되게 하시는 그런 좋으시고 선하신 분이시다.

 

   따라서 이런 하나님을 믿는 우리 모두는 모든 것을 하나님 안에서 멀리 보고 포괄적으로 생각하는 사고와 자세, 그리고 대처방식이 필요하리라. 다시 말하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해박하게 해석해서 따지면서 가르쳐주기보다는 (우리가 구약의 호세아처럼 하나님의 깊으신 섭리를 잘 모르기에) 이런 하나님 안에서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이 중요하며, 나아가 이런 하나님을 믿고 기도하면서 참고 기다려야 할 것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장로님 부부를 통하여 하나님을 믿는 자와 그 가정에 대하여 합력하여 유익되게 하시는 하나님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았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