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보에서 반쯤 삭제된 글, "고신대학교를 지켜야 할 이유?" 투고
2003.07.26 20:56 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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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idokkyobo.com/special/xinu_view.php3?CP=1&SN=83특별기고/ 고신대학교를 지켜야 할 이유? -유해무 교수
* 기독교보에 실렸는데 둘째날부터 반쯤 삭제되었네요.
학교법인 고려학원이 임시이사 체제가 되고 만 석 달만에 이사장은 고신대학교의 제3자 인
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표방하였다. 그 소식을 들을 때에 덮쳐온 참담한 심경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악성 재무 구조가 원인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되었다. 마치 국가적인 IMF 위기와 같이 고
신대학교의 대학병원인 복음병원의 차입 경영이 큰 원인이었다. 이 외에도 병원의 노조가
강성이니, 또는 교회 정치가 난무하였다등을 거론할 수 있다. 그렇지만 병원과 대학을 경영
의 관점에서만 접근할 경우, 무리하고 방만한 경영을 한 것이 틀림없고 이것이 임시이사 체
제를 불러들인 셈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책임을 지고 경영에 관여했던 이들은 실패한 경영
자로 지목될 수 있다. 단순히 재정의 운영 구도 뿐 아니라, 특히 병원 내에서 교직원을 배
치하고 다스리는 인력 경영도 실패했다는 것이다. 지금 교단 전체는 재정 구조를 건실하게
함으로써 임시이사체제를 속히 종결시키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런데 실제적인 모금은
만족스럽지 않으며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모금과 재정과 경영에 앞서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은 학원의 설립 목표이다. 고신대학교와 복
음병원의 존재 이유를 분명하게 알 때에 모든 교회와 교인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
요, 모금도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사실 이런 위기와는 무관하게 우리는 때때로 고신대
학교와 복음병원의 존재가 우리의 신앙과 교회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토론했어야 했
다. 혹자는 위기의 한 중간에서 이런 토론이 무슨 유익을 주겠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
나 신앙에 기초한 설립목표가 분명히 알려져서 공감대가 형성될 때, 학교와 병원에 대한 태
도는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학교의 확장이나 병원의 증설, 기독교문화
의 창달이나 구호사업의 수행 등은 아무런 시비 없이 잘 진행되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설
립 목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병원이 위기를 당하고 있는 이 때에 대다
수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냉담한 반응에 대해서
자구책을 마련하는 이들은 관심을 기울이고,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할 것
이다.
본보는 권경호 목사의 ‘고신대학교를 지켜야 할 이유’와 최덕성 교수의 ‘고신대학교의
회생 길이 있다’를 게재하였다. 기고자들은 위기 가운데서도 긍정적인 안목을 제시하려고
애를 쓰면서 좋은 토론거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논의가 원론적인 차원에서 머물고
있다는 인상을 풍긴다. 목회자나 신대원 교수의 원론적인 입장 제시도 중요하지만, 대학교
와 병원 당국자의 입을 통하여 이런 외침이 들려질 때, 공감대 형성은 탄력을 받을 것이
다. 정작 이 같은 기고를 통하여 여론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에 앞장을 서야 하는 대학교
와 병원(의과대학) 당국이 계속 침묵을 지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우리는 주로
권 목사의 글을 논평하는 방식으로 이 글을 쓰는 목적은 토론이 계속 진행될 것을 기대하
는 바람 때문이다.
■ “고신대학교를 지켜야 할 이유”
권 목사는 기독교 교육철학을 맡고 있는 교수가 아니면서도 기독교대학인 고신대학교의 원
리적인 기초와 존재 이유, 나아가 이사회와 경영 주체 문제를 잘 정리하고 있다. 그에 의하
면 고신대학교는 교육의 전문성을 가지고 기독교 정신을 구현하기 위하여 신앙과 학문의 통
합을 꾀하는 기독교대학이다. 이런 기독교정신과 세계관 속에서 통합을 시도하는 진정한 기
독교대학은 고신대학교밖에 없다는 확신을 피력한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법적 수익기관인
복음병원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 목사는 기독교대학은 전도를 목적으로 하는 미션
스쿨(기독교학교)과는 달리 부모가 운영 주체임을 지적한다. 부모들의 공동체가 이사회를
구성하고, 학교와 병원의 경영진을 선임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 이사회는 경영
주체가 아니다. 다만 선임된 경영진이 설립 목적과 이념,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을 따라 학교
의 종교적 방향성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감독한다. 그러나 이런 의식이 있는 부모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신앙의 공동체인 교단이 이사회를 구성할 따름이라는 점도 부연한다. 권 목사
는 이런 원론적 입장에서 50년 역사의 고신대학교를 포기하는 것은 후손 대대로 후회할 일
이라면서 고신대학교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경영의 측면은 그 다음
의 문제라고 본다.
우리는 먼저 권 목사의 기고가 지닌 독특성을 지적하고 싶다. 이 기고는 기독교대학의 본질
을 본격적으로 다룬 원론적인 글이다. 교인들조차도 자녀들이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
떤 문화를 접하는지도 고려하지 않고, 세칭 명문 대학을 목표로 정하게 하고 공부시키는 것
이 현실이다. 신앙을 기초로 하여 학문을 할 수 있는 대학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상황을 안
타깝게 여기면서 진정한 기독교대학인 고신대학교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이사회
를 구성한다는 입장은 권 목사가 기독교학교의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부모는 기독교학교의 운영 주체”
부모들의 공동체가 운영 주체여야 한다는 제안은 고신대학교와 복음병원을 칼빈주의 문화관
의 입장에서 접근하던 일반적인 이론과는 구별된다. 권 목사가 분명하게 말하고 있지는 않
지만, 부모가 운영 주체여야 하는 이유는 기독교학교가 세례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
다. 부모는 자녀가 유아세례를 받을 때에, 그 자녀를 성경 말씀을 따라 집에서 가르치고,
집밖에서도 가르치겠다고 서약한다. 집밖이란 교회와 학교를 의미한다. 이 서약을 따라 부
모들은 기독교학교를 세우고, 이런 서약을 존중하는 교사나 교수를 임명하고 경영진을 선임
하여 자녀의 교육을 위탁한다. 그러나 이런 사상이 전혀 배제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
지 우리는 기독교문화관의 입장에서 고신대학교와 복음병원을 바라보았다. 침례교회나 감리
교회도 문화적 사명을 말할 수 있지만, 개혁파 기독교교육의 독특성은 이에 앞서 유아세례
를 그 기초로 삼는다. 기독교학교는 자녀의 유아세례를 청한 모든 신자 부모의 약속이요 의
무이다.
■ “기독교교육의 기초는 세례”
이런 입장을 가진 부모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교단이 이사를 임명하였다고
권 목사는 지금까지의 관행을 변호하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권 목사의 이런 주장을 쉽
게 동의할 수 없다. 사실 지금까지 기독교대학인 고신대학교에 대한 부모의 사명을 강조한
적은 거의 없다. 그런 의무를 가진 부모가 세월이 가면 자연스레 생겨날 수 있는 것이 더더
욱 아니다. 이것은 교회의 사명과 관련되어 있다. 교회가 유아세례를 베풀면서 기독교교육
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사실 목사의 책임이다. 부활하
신 주님께서는 세례 베풀 것을 명령하셨다. 세례는 영적으로 마귀의 소유가 삼위일체 하나
님의 소유로 바뀌는 극적인 사건이다. 그런데 이것은 문화명령을 배제하지 않고 수반한다.
먼저 삼위 하나님의 소유가 된 자들은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권세가 부활하신 주님의 소유
라는 것을 말로만 선포할 뿐 아니라 삶 전체를 통하여 구현해야 한다. 세례 명령에 기초한
기독교교육은 문화명령의 중요한 부분인 셈이다. 이를 가르치는 것이 교회인데, 이 때 교회
는 아주 구체적으로 목사를 지칭한다. 고신대학교의 위기는 문화관의 위기이기에 앞서 교회
의 위기이다. 목사의 사명을 제대로 된 세례교인 만들기로 요약할 수 있다면 이는 전도를
통하여 세례의식을 베푸는 일에만 국한시키지 말아야 한다. 목사의 평생 사명은 제대로 된
세례교인을 만드는 일이다.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말
씀에는 지속적인 세례교인 만들기가 중요한 내용이다.
이렇게 볼 때, 고신대학교는 신앙과 학문의 통합에 입각한 문화적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기
관이기에 앞서 세례교인인 부모가 제대로 된 세례교인인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몸부림의 현
장이다. 즉, 고신대학교는 교수와 학생에게만 의미가 있는 기관이 아니라 비록 대학교육은
받은 적이 없는 평범한 교인인 부모의 절대적인 사명이 고신대학교여야 한다. 부속 대학병
원인 복음병원도 구호사업이나 수익기관이기에 앞서 제대로 된 세례교인으로 살아가기 원하
는 의료인들의 삶과 투쟁의 현장이 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복음병원을 법적인 수익기관으
로만 본 권 목사의 주장은 절반정도 옳다고 여겨진다. 자녀를 제대로 된 세례교인으로 만들
려는 부모들의 물질적인 헌신과 기부가 병원의 수익 기관화에 선행해야 한다. 그러므로 비
록 의과대학에서 공부한 적이 없는 평범한 세례교인도, 의료 영역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어
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귀감이 되어야 하는 복음병원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기독교대학의 기초로 여겨졌던 문화관조차도 세례에 기초한 소유권 쟁탈전의 관점에서 이해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고신대학교를 필시 지켜야 한다. 이 공감대만 형성되면 부모인 교
인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요, 그 부모들은 다시 다른 교인들을 설득하면서 이들이 함께
대대적인 모금을 시작할 것이다. 현재의 모금 방식은 위에서 상술한 원론적인 출발점에서
나오지는 않았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 “고신대학교와 복음병원의 실상은?”
이런 공감대가 형성되면, 우리는 현재의 위기를 아주 현실적으로도 사고하고 판단할 것이
다. 권 목사는 고신대학교가 학문적 탁월성에 있어서 세속적 기준에 다소 못 미치지만, 개
선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한다. 복음병원도 기독교 대학과 병원으로서의
정체성에 미흡한 부분이 다소 있었지만, 이 또한 개선할 과제로 본다. 권 목사의 제안처
럼, 기독교대학인 고신대학교 전체의 경영의 측면은 다음의 문제로 본다 한다 하더라도, 그
가 여기에서 지적한 고신대학교와 복음병원의 실제적인 실력의 문제는 당장 토론해야 할 문
제이다. 고신대학교는 부모들이 자녀를 보내어야 하는 기독교대학일 뿐 아니라 보내고 싶
은 기독교대학인가? 복음병원은 하나님의 나라가 구현된 의료 현장인가? 여기에 대해서 당
당하게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고신대학교와 복음병원을 지켜야 한다고
계속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지금 이 순간 고신대학교와 복음병원의 진면목을 당사자들이 진솔하게 알려줄 것을
요청한다. 권 목사의 주장처럼, 고신대학교는 ‘기독교대학으로서의 모든 조건을 갖춘 진정
한 기독교대학’인가. 게다가 고신대학교가 위기에 처해 있지만, 대학을 경영하는 책임자
나 책임 있는 교수조차도 지난 수개월동안 공개적으로 해명하고 호소한 적이 우리가 알기로
는 없다. 모금을 통한 자구책만으로는 진정한 기독교대학교의 장래를 보장할 수 없다. 일
선 목회자가 원론에 기초하여 대학교를 지키자고 설득하고 있는데, 고신대학교 당국은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가? 의과대학과 복음병원도 마찬가지이다. 노조의 실력 행사나 교수들
의 성명서는 종종 접할 수 있었지만, 기독교 정체성에 대한 책임 있는 당국자의 입장 표명
은 알려진 바가 없다. 이제는 대학교와 병원이 직접 발하는 설득과 호소를 듣고 싶다.
■ “정말로 고신대학교를 지켜야 하나?”
권 목사의 기고의 중요한 전제는 세속학교가 하나님을 반대하고 반 기독교적 입장에서 운용
되고 있으며, 세속 학문과 교육 영역에서는 ‘인본주의와 세속주의’가 지배하고 있다는 점
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대학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인 사명인 셈이다. 우리는
기고자의 의도를 인식하고 동감을 표한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원치 않는 오해를 유발시킬
수 있다. 즉, 비기독교대학에서 배운 자는 어쩔 수 없이 인본주의와 세속주의에 빠진다는
것이 염려 이상의 현실이거나 기독교대학에서 공부한 자는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 이
상의 결론을 상정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진정한 기독교대학교인 고신대학교와 복음병원이
이런 인본주의와 세속주의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정말로 우리 자녀를 고신
대학교에 보낼 만하고, 복음병원이 우리의 자랑거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 “대학과 병원의 당사자와 교단 지도자들의 답변을 기대하면서”
우리는 권 목사의 원론적인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런 제안은 기독교대학을 설립하
기 위한 토론의 자료로서는 크나큰 가치를 지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우
리는 마치 물이 엎질러진 사발 앞에 서있는 것과 같다. 정말로 고신대학교를 지켜야 할 원
론적인 이유가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재정적 자구책이나 재산적 평가액과는 별
도로, 고신대학교와 복음병원의 설립 목표와 그 성취를 진솔하게 살피면서 이 기관들의 장
래를 설계하는 지혜를 모을 때이다. 여기에는 고신대학교나 복음병원의 책임자 뿐 아니라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교단의 지도자들의 입장 표명도 절실히 요청된다.
-고려신학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