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 선생과 성찬의 순결성 투고

 

칼빈 선생과 성찬의 순결성

                                                        

        “하나님의 말씀을 순수하게 전파하고 경청하며, 성례를 그리스도의 제정을 따라 집행하는 곳마다 교회가 있다.” 칼빈 선생은 이처럼 중세 로마교회와는 달리,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은혜의 방편인 말씀과 성례(세례와 성찬)만을 교회의 표지로 삼았다.

        우리는 선생을 따라 하나님께서 말씀과 성례의 방편으로 구원의 은혜를 베푸신다는 것을 고백한다. 고신교회는 교리에서 개혁교회이고, 교회정치에서 장로교회이다. 이 개혁교회라는 말에는 루터 선생의 개혁을 따르되 성경에 기초하여 더 개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루터교회가 칼빈 선생과 그를 따르는 무리를 개혁교회라 불렀다.


        성찬

        선생은 루터보다 더 성경적인 성찬론을 확립하였다. 로마교회는 미사에서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한다는 화체설을 주장하였다. 이에 반하여 츠빙글리는 우리가 성찬상에서 떡을 먹고 포도주를 마실 때, 우리는 우리의 신앙을 표현한다는 기념설을 주장하였다. 그렇다면 성찬은 은혜의 방편이 아니다. 루터 선생은 양자를 모두 다 거부한다. 즉 부활하신 예수님의 인성은 신성에 흡수되었고 따라서 무소부재하기 때문에 성찬상에 임재한다는 공재설을 주장하였다. 칼빈 선생은 성경적으로 영적 임재설을 말한다. 즉 부활하신 예수님은 몸은 성부 하나님의 우편 그곳에만 계신다. 다만 그분이 아버님으로부터 받은 성령님을 보내시고, 스스로 성찬상에 성령님 안에서 임재하신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개혁교회는 더 성경에 기초한 교훈을 고백한다. 그리고 선생은 매주일 성찬을 시행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교회정치와 권징

        종교개혁 당시 로마교회, 영국 성공회와 루터교회는 감독정치를 표방하였다. 감독정치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교회 정치를 세속권에서 독립시키지 않았다. 그렇지만 칼빈 선생은 교회가 세속권과는 구별되는 영적 권세를 가졌으며, 이 권세는 합법적인 회의가 행사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장로직분’과 당회의 권세를 회복시키고 교회정치를 세속권으로부터 독립시키려고 애를 썼다.

        따라서 이런 장로정치는 회중정치와는 다르다. 회중정치는 회중이 참여하는 공동의회가 모든 권한을 소유한다. 가령, 교인의 자격 심사도 회중이 한다. 그러나 장로정치에서는 이것이 당회의 소관사이다. 이 때문에 세례문답을 당회가 맡는다. 아울러 등록을 신청한 교인의 신력을 살펴서 교우로 등록하게 한다. 이명서가 중요한 이유이다.

        권징이 교회의 표지는 아니지만 당회의 주요한 사역이다. 권징은 “그리스도의 교리를 오만불손하게 대하는 자들을 제재하고 길들이는 재갈이다.” 목사와 장로는 교인들을 경고하고 권면해야 하며, 성찬이 무분별한 집례로 욕되지 않게 해야 한다.


        성찬의 순결성

        선생은 성찬에 부적합한 자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서도 그에게 성찬을 허용하는 것은 하나님을 모욕하는 큰 죄라고 강변한다. “나는 주님의 성찬을 수치스럽게 모독당하도록 방치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할 것입니다.” 선생은 문자적으로 죽을 각오를 하고 성찬의 순결성을 사수한 적도 있다.

        성도는 ‘보이는 말씀’(어거스틴)인 성찬은 은혜의 방편이다. 즉 성찬에서 예수님을 먹고 마시기 때문에 세상에서 예수님처럼 살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당회는 성찬을 자주 시행하고 그 거룩을 지키기 위하여 성도들의 삶을 살피며, 때로는 권징을 시행하여 성도의 삶을 바르게 지도하여야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성찬을 기념설적으로 이해하면서 뜸하게 시행하다 보니, 권징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풍조가 자리를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권징 중 큰 벌인 ‘수찬 정지’가 별 의미를 지닐 수 없다. 말씀을 듣고 순종하는 일에는 성례의 합당한 시행과 권징의 시행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깊이 인지하여야 한다.


        개혁교회와 성찬의 순결성 파수

        개혁교회는 칼빈 선생을 따라 성찬상의 순결성을 지키려고 애를 쓴다. 어떤 교우가 방문하려는 이웃 교회에서 그 주일에 성찬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미리 자기 당회로부터 ‘신력확인서’를 받아 제출한다. 이것이 교‘단’의 의미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는 성찬식에 앞서 당회실로 가서 간단한 확인 과정을 거치고 허락을 받아 성찬에 참여한다.

        그런데 우리 고신교회는 이런 절차에 익숙하지 않다. 성찬식에 앞서 세례교인이면 누구라도 참여하라고 초청한다. 이것은 교리에서 개혁교회인 장로교회가 취할 태도는 아니다.

        고신교회의 자매교회인 카나다 개혁교회는 최근에 미국정통장로교회(OPC)와 성찬상의 순결성의 주제를 수년간 토론하였고, OPC가 이에 동의함으로 자매관계를 맺었다. 또 이미 1970년대에 자매관계를 맺은 우리에게도 성찬상의 순결성을 지킬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우리 섭외위원회는 이런 사실을 전국교회에 알리고 성찬상의 순결성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전하였다. 때때로 잊어버리고 소홀하게 하는 일을 상기시키고 교리의 일치에서 교회의 하나됨을 확립하게 함도 자매교회 관계를 유지하는 유익이기도 하다.

        선생의 출생 500주년을 맞아 성찬의 순결성을 지키기 위하여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칼빈 선생의 표호를 깊이 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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