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바빙크", 강 영안 교수 서평(기독교보 2004.9.25) 투고


    유해무 교수 <헤르만 바빙크 -보편성을 추구한 신학자> (살림 출판사, 2004, 257면)

            
         신학자의 삶과 고뇌가 잘 나타난 ‘바빙크 평전’

   카이퍼와 더불어 화란 개혁 신학을 주도했던 헤르만 바빙크의 생애와 신학에 관한 책이 최근 고려신학대학원 유해무 교수의 손을 통해 출판되었다. 그 동안 박윤선 목사님의 주석이나 차영배 목사님의 저술을 통해서 바빙크가 국내에 간간이 소개되고 80년대에 번역된  <하나님의 큰 일>을 통해 국내 독자들도 그의 신학 사상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이처럼 바빙크 신학을 잘 아는 학자를 통해 전반적으로 그의 삶과 사상이 소개되기는 처음이다. 미국에서도 이제 다시 그의 신학에 관심을 가지고 100년 전에 나온 <개혁교의학>을 번역, 출판하기 시작했는데 국내에서 그의 생애와 사상을 먼저 전반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이 그린 바빙크는 뛰어난 학자이면서도 무엇보다도 매우 소박한 신앙의 사람이었다. “내 학문이 내게 준 유익은 무엇인가? 내 교의학 또한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오직 신앙만이 나를 구원한다.” 바빙크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순간에 했다는 이 말은 하나님을 알고 신뢰하고 따르는 삶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자신이 속한 교단 신학교를 떠나 당시 자유주의 신학의 온상이던 레이든 대학에서 공부할 때나 그 당시 한창 유행하던 진화론 사상과 대결할 때나 언제나 소박한 신앙이 바빙크를 지탱해 주었다. 바빙크는 늘 연합과 화평을 도모했다는 점도 그의 생애와 관련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자신이 소속되었던 교회(‘분리’ 교단)와 카이퍼 추종자들이 세웠던 교회(‘애통’ 교단)의 통합을 위해 애쓴 것이 그 좋은 예였다.

  저자는 바빙크가 보편성을 지향한 신학자였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바빙크는 비록 작은 나라 화란에서, 작은 도시 깜쁜에서 신학을 연구하고 가르쳤지만 공교회 의식을 가지고 일했으며 신앙을 교회 생활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시키고자 한 점에서 보편성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는 바빙크를 무비판적으로 보지 않는다. 우유부단한 성격이라든지, 비록 그가 하나님의 말씀에 충실하려고 했지만 중요한 신학적 문제들을 이해하고자 할 때 서양의 철학 사상의 영향을 지나치게 많이 받았다든지, 예컨대 목사, 장로, 집사를 그리스도의 삼직(三職)과 관련지어 보고자 할 때처럼 성경에서 찾아보긴 힘든 체계를 세우고자 애썼다든지 하는 것들을 저자는 곳곳에서 지적한다. 그럼에도 바빙크가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 아직도 의미 있는 것은 ‘보편성’을 지향한 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유해무 교수의 바빙크 평전은 단순히 바빙크의 삶과 사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삶과 신학의 고뇌가 행간(行間)에 들어있다. 후반부 절반을 차지하는 바빙크 신학 총론은 바빙크 신학의 좋은 면을 단순히 서술해 주기 보다 신학의 각 주제마다 바빙크 신학이 안고 있는 문제를 드러낸다. 한국에서 자생적 신학을 하고 싶은 유 교수에게 바빙크는 신학자의 귀감이면서 동시에 극복 대상이다. 전반부 절반을 차지한 생애 부분은 바빙크의 인간적인 면모보다는 교회 정치 현실의 각박함과 어려움이 특별히 강조돼 있다. 화란 신학자의 삶을 통해 한국 신학자가 교회 정치와 관련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지 그 고민을 엿보게 된다. 아무쪼록 바빙크가 화란 교회에서 화해와 중재의 역할을 했듯이 이 책의 저자도 한국 교회에서 이 역할을 담당하기를 소망한다.    
강영안(서강대 교수, 두레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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