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저녁인가요?

하루 종일 비가 온 찌뿌둥한 날씨에 약간은 한기가 느껴지는 퇴근길이었어요.

부침개 생각이 간절하다가 수제비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평소에도 늘 먹던 생협 통밀가루로 반죽을 해서, 예희와 수제비를 뜯었습니다.

수제비 색깔은 완전 노랑이었습니다.

 

어릴 적 기억이 났습니다.

계란 후라이가 가장 귀한 도시락 반찬이던 시절,

계란양보다 더 많은 밀가루를 함께 풀어서 부치면 계란 색깔이 요상했죠.

하얀 밀가루를 섞어오거나, 계란만 부쳐온 친구가 참 부러웠습니다.

흰색에 대한 황색의 열등감 때문인지 누런 부침을 내놓기가 참 싫었습니다.

지금은 표백된 하얀 밀가루에 비해 누런 우리밀은 웰빙 식품으로 각광받는 시절입니다.

 

불현듯 집에서 만들었던 칼국수가 떠올랐습니다.

불 들어오지 않는 형광등으로 열심히 미시던 엄마,

시커먼 굳은 손에 낡아빠진 은반지를 하나 끼신 시커먼 엄마의 굳은 투박하디 투박한 손이

시리게도 그리웠습니다.

날씨 따라 기대했던 수제비의 맛은 어디론가 달아나버렸습니다.

 

저건네를 들어올 때마다 느껴지는 흔적없는 외로움이

그 저녁에는 누런 수제비 위에

먹는 우리 가족 위에까지 그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