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근무일이라 학교에 나와 오랜만을 글을 씁니다.

예희는 새로운 어린이집에 처음으로 갔는데 언니들과 신나게 지낸다는군요. 어제 저녁 예희답지 않게 자면서 10번은 울어서 심리적 부담이 있는 듯해 걱정했거든요.

 다희는 이나 진 세나랑 집에서 지내고 있어요. 어제는 같이 강화에 가서 배를 타고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주며 석모도에 갔다가 다시 나와서 지난 여름 우굴거리던 꽃게밭에 가서 석양을 보고 왔어요. 이나가 그렇게 먹고 싶어했던 메기매운탕집에서 오랜만에 포식을 했어요. 작은 오빠도 어딘지 아실 거예요. 몇년 전 해은이네와 경훈네와 같이 가서 경진, 성진이가 라면 사리를 엄청 먹었었죠. 조카들이 편안하게 며칠씩 우리집에 와있어주니 전 참 행복한 고모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기다 설거지, 청소까지 알아서 척척척, 이런 편안함이 지긋한 나이가 되어서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요 며칠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부모님이 갑자기 가셨고, 다행히 저건네와 홈페이지를 통해, 그리고 신앙 안에서 성숙한 교제를 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우리 주변의 상황은 이야기하지만 자기 깊은 내면은 꼭꼭 숨긴채 그렇게 지내는 건 아닌지. 그래서 그것이 곪아터질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비져나올때까지요. 한편으론 그런 고민을 마음놓고 할 수 있을 만한 신뢰를 주지 못한 저 자신이 한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큰오빠 말씀처럼 부모님의 역할은 부모님만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부모님은 될 수 없지만 그 심정으로 형제 하나 하나를 대하고 있음이 모두에게 자연스레 느껴지고 신뢰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혈육의 형제로서 그리고 신앙에서의 저희의 교제는 부모님이 계시든 계시지 않든 우리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을 중심에 두고 신뢰깊은 관계이길 빕니다. 2004년 새해인데 또 이 해가 가고 나이는 계속 들고 저희가 사회속에서 맺을 관계도 더 복잡하고 다양해질 것입니다.  그래도 일곱을 하나되게 하시고 지금도 저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계실 부모님의 유산인 저희 일곱이 그 모든 관계의 중심에 있는 가장 신뢰받는 관계이기를 기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