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일기
나는 숭실대 별관 앞 회차지점에서 751번 시내버를 타고 출근한다.
작은형 집에서 형수님이 차려주신 아침식사를 거~하고 마치고 집을 나서면 집으로 전화를 한다.
광주에서는 아침식사 중이거나 막 마친 시간.
귀염둥이 아가부터 멋쟁이 하민이, 예쁜 하늬, 예삐 은진이까지 통화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렇게 통화하다가 시내버스 타는 곳에 왔을 때, 출발 직전의 시내버스를 탔을 때 기분이 아주 좋다.
안 기다리고 시내버스를 타니까.ㅋ
아무것도 아닌데 이걸로 기분 좋아하다니.ㅋㅋㅋ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ㅎㅎㅎ
751번 시내버스를 타고 두번째 정류장 "숭실대 입구역"
할아버지 한분이 반듯한 양복에 중절모자를 쓰고 시내버스를 탔다.
이 정류장에서는 먼저 타는 열명 정도까지는 자리에 앉을 수 있는데, 할아버지는 조금 늦었다.
차는 출발하고, 할아버지는 양손에 손잡이를 꽉 잡고 있었다.
주위의 좌석에 앉은 10대 남학생, 20대 아가씨, 30대의 아저씨.
모두들 시내버스에 타자마자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졌다.
그 때, 한 아저씨가 상황을 지켜보더니 할아버지 주위를 둘러 본다.
자리에서 일어서면 다른 사람이 앉을까봐 자신의 주위도 살피더니
자리에서 일어서서 출입로로 나가며 옆에 앉았던 청년에게 뭔가를 이야기한다.
청년은 창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는 할아버지께 걸어가 자신의 자리에 앉으라고 이야기한다.
할아버지는 사람들을 헤집고 빈자리로 가서 앉으셨고
그는 복잡한 시내버스 안에서 여유로운 얼굴로 서서 갔다.
아~ 오늘은 좋은 날이다.
오늘은 행복한 날이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