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도록 화일로도 첨부합니다.

 

SCDY의 첫 번째 해외 여행

쓰기 전의 다짐: 박XX! 너는 어째서 가족 여행기를 오직 제주도 편 밖에는 완성을 못했느냐! 이번에는 꼭 다 쓰거라! -오냐. 옹키동키!

1일차

으이이이이 드디어 오늘이 첫 번째 가족 해외 여행을 가는 날이다. 정말 정말 긴장되고 -사실 실감도 나질 않아 긴장은 무슨, 내 감각 조차 읽을 수 없다- ,이이이이 좋다 히히 특히 첫 번째 해외여행인 만큼 더 많은 준비를 했다. 물론 적합한 준비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우선은 엄마의 많은 사전 계획으로써-엄마의 방학 반 정도를 날려버린 캄보디아의 계획- 다음 여행 때는 계속 변경해 나가며 더 나은 계획으로 변신하면 된다.

아빠의 건강검진이 끝난 후에 급하게 마무리를 한 후, 집을 나섰다. 미리미리 준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준비가 모두 되지 않아 예희가 한 번 올라갔다 왔다. 예희가 집으로 다시 갈 동안에 아빠랑 같이 지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짐이 가벼운 게 아니었기에 아래에 내리고 여전히 들뜬 상태로 기다렸다.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아빠가“어? 택시다!”너무 감사했다. 사실 짐이 많아서 택시를 잡는 데 까지 들고 가는 것도 쉽지 않았고 사람도 많은데다가 짐까지 몇 kg가 되니 택시가 쉽게 태워줄 것 같지도 않았다.-이미 저번에 이마트에서 호되게 당한 적이 있었다. 게다가, 아저씨가 흔히 태워주셔서 마음 편히 갔다. 원래는 우리가 좀 늦게 나와서 늦을 뻔 했는데 바로 앞에서 인연처럼 우리를 기다려 주던 택시 덕분에 지각은 모면할 수 있었다.

내릴 때도 온갖 서비스를 다 받으며 시끄러운 캐리어 소리와 함께 지하철으로 갔다. 다행이 짐이 가벼워서 움직이는 데 크게 지장은 없었다. 감사하다, 평일 낮이라 사람도 많이 없었다. 사실 국내 여행 갈 때 보다도 짐은 가벼웠지만 취소한 여행사 아저씨를 위한 나가사끼 짬뽕 한 박스와 부산 사나이를 위한 젓갈‘덕택에’좀 더 무게를 실었다. 이번에 새로 생긴 공항 지하철의 덕택으로 편하게 도착했다. 우리나라 밖으로 발 한 발짝 내밀어 본 적 없는 에희는 엄청나게 신났다.

오랜만이다 공항아. 일 년도 되기 전 학교에서 지겨운 체험학습의 경험이 있었기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냥 공항아, 교장 선생님, 해외 여행 덕택에 기분 좋아졌으니가 이 여행한테 고마워 하세요. -공항의 여러 군데를 지나며 미국, 방글라데시에 가려고 왔던 것이 새록새록 생각이 났고, 또 여행사 쪽의 부스는 처음 가 본 곳이었다.

모든 소속을 끝내고 드디어 비행기를 타러 갔다. 소속 절차를 밟는 동안 나는 알고 엄마 아빠는 모르는 것들이 있을 때 마다 내가 도움이 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돈 들여서 나 혼자서 이미 2개 국이나 갔단 것에 대해 미안했다.

예희는 극도의 기분이었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안타깝게도 비행기는-예상대로-작았다. 그나마 제주 항공보다는 컸다.-내 눈에는 그게 그거였지만 몽실이가 말하길 이번 게 더 크다고 한다.-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니 벽과 천장의 이쁜 벽지들이 나란하게 앉아있었다. 내가 탄 비행기 중에서는 가장 예쁜 비행기였다. 너무 어두칙칙한 비행기의 분위기를 살려줬다. 비행기가 작아 4명이 죽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없었다. 3*3 형식으로 자리가 나열 되어 있었다. 바다와 구름을 보고 싶은 예희가 창가 쪽에 앉고 나, 엄마, 그리고 건너편의 자리에 아빠 순으로 앉았다. 우리 바로 뒷 자리가 비상구였기에 의자를 뒤로 눕힐 수 없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무언가가 불편해서 계속 꼼지락 거리며 몸을 뒤척였다.

나에게는 익숙했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예희에게 이륙할 때의 느낌이 좋다고 말해 주니 계속 기다렸다. 원래 이륙을 할 때는 카메라, 핸드폰, 전자사전 등 모두 전자기기는 키면 안 된다. 하지만 이미 밤이라서 하늘 위로 날아오른 후에는 바깥이 보이지 않을 것이기에 이륙할 때 찍지 않으면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살짝 찍은 뒤에 예희에게 한 번만 찍어달라고 했더니 예희가 절대 안 된다며 내게 잔소리를 거듭했다. 이놈아, 평소에 좀 말을 잘 듣지 승무원 말만 잘 듣냐?

밤이라서 바깥의 풍경은 보이지 않았지만 석양만은 멋있고 뚜렷하게 보였다. 하늘 위에서 마주보고 보는 석양은 더욱 더 멋있었다. 하지만 너무 빨리 지는 바람에 몇 분 못 가서 다시 어둠만으로 싸였다.

비행기에서는 보통 기본적으로 주스 외 물, 땅콩, 식사가 나온다. 우리도 이륙한 뒤에 바로 주스 등 음료수가 나왔다. 그런데 쟁반 위에 주스를 들고다녀서 승무원이 모두 도는 데 오랫동안 걸렸다. 내가 엄마에게 왜 카트를 안 끌어서 계속 왔다갔다 하지,라고 했더니 엄마 왈. 카트 올 길이 없어서 그런가 보지. 내가 봐도 복도는 좁아보였다.

우리는 비행기에 컵라면을 가져왔다. 비행기가 작아 기내식을 안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비행기에서는 지금까지 중 최고의 기내식을 맛 보았다. 밥과 정상적인 반찬이 나오는 게 아닌 간단한 음식만을 준비해 준 탓일 수도 있겠지만 깔끔했고 물론 대한항공보다 훨씬 느끼함이 없었다. 게다가 엄마가 만족했던 음식이다니 안 봐도 비디오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카트가 움직일 공간은 있었다.

예희는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았다. 우리가 캄보디아에 도착하면 약 11시 쯤이다. 꽤나 늦은 시각인데다 지금까지 움직여왔고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의 여행이기에 내일 아침에는 무조건 빨리 일어나야한다. 덕분에 나마저 잠이 들지 않아서 착륙 이전 까지 약 30분 정도밖에 자지 못 했다. -5시간 중 30분 이라니..

비행기는 늘 솔선을 한다. 얼마나 빨리 빨리 하는지 착륙하기 10분 전에 착륙한다고 이미 이별 인사를 한다. 그 바람에 모든 손님들은 잠에서 깨어나고 착륙이라는 시간까지 눈을 뜨고 기다리게 만든다. 나는 거기에다가 추가로 귀와 머리가 쑤셔오는 고통을 받았다. 미국을 왕복할 때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점점 더 귀가 약해지는지 제주도에 갈 때부터 이번에도 내게 고통을 줬다. 처음에 머리가 아플 때는 정말 내가 죽는 줄 알았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 자체로 힘들었다. 통증은 착륙이후에도 계속 되었고 조그마한 공항을 본 이후에 멈췄다.

비행기에서 나오자 마자 숨이 턱 막혔고, 생각도 턱 막혔다. 밤에는 춥다는데 이게 추운 거면 낮에는 어떻게 살지? 계속 걱정이 되었고 그나마 밖으로 나오니 조금 온도가 낮아졌다. 그래도 덥기는 마찬가지였고 계속 낮에 대한 걱정이 되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땅을 밟았을 때 눈 앞에 있는 건물은 공항에 딸린 식당인 줄 알았다. 정말 우리나라에서 조금 큰 크기의 식당 정도였다. 하지만 약간의 걱정과 함께 예상했던 그 예상은 맞았고 우리는 모두 식당 크기의 impressive한 공항으로 들어갔다. 그나마 방글라데시에 갔다 왔기에 나는 조금은 빨리 적응 되었다.

빠르게 수속 절차를 밟았고 원래는 tip을 줘야지만 여권을 준다는 직원들도 늦은 밤의 퇴근을 위해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여권검사를 할 때 잠깐 dollar를 요구했지만 엄마의 강력한 ‘no money’라는 답변에 이것 또한 쉽게 넘어갔다. 다히님의 재빠른 발놀림 덕분에 짐을 빨리 찾았고 밖에서 기다리는 하나투어의 직원을 만났다. 하나투어에서 3+0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써 주어 왜 가족 수가 4명이라는 질문이 왔지만 우리는 그저 우리가 아는 정보인 엄마의 이름을 가르키며 ‘her name'을 언급했다. 만약 이게 한국이었다면 본사에 연락을 하고 시간을 끌었겠지만 캄보디아라는 이유로 그냥 차에 태워 주었다. 아저씨는 엄청나게 깍듯했고 매사에 sorry라는 말을 덧붙이며 우리를 무서워 하는 듯 보였다. 차에는 얼음물이 있어서 ’This water is for you'라는 말과 함께 그다지 시원하지는 않은 물을 받았다. 호텔 문이 닫혀있어서 깜짝 놀랐지만 곧바로 뒷문으로 들어갔다. 겉보기의 호텔은 한국의 보통 호텔과 별 다를 것 없었다. 사람에 의한 자동문을 지나서 칙칙한 어둠 속의 호텔에서 방 키를 받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까지 가는 데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속도부터 마찬가지로 어두칙칙한 엘리베이터 안의 조명, 올라가는 까지 모두 굼벵이와 다름없게 답답했다. 고층 아파트의 빠른 엘리베이터의 속도에 익숙한 우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답답함이 더 했을 것이다.

복도 역시 어두컴컴했다. 여기는 모두 그런가 보다, 캄보디아에 온지 1시간이 안 돼서 모두 적응 되었다. 원래 예약한 방은 두 개 였지만 침구만 한 방으로 옮기고 한 방만 썼다.

방 안은 깔끔했고 숨을 돌리게 도와줄 에어컨도 준비되어있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에어컨은 3분 정도만 하면 시원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캄보디아의 기준이었고 우리는 계속 틀었는데도 아무렇지 않았다. 하긴 이 나라 사람들은 춥대니까.

우리의 주요 짐이 되었던 나가사끼 박스의 주인장 아저씨에게 엄마가 로비에 가서 전화를 할 동안 아빠랑 예희랑 티비를 켰다. 티비에서는 2개의 채널로 구성되어있는 한국 프로그램이 있었다. 엄마가 하도 안 오니 걱정되는 생각이 엄마가 우리 호수를 아나? 엄마의 건망증 정도를 나타내는 질문이다.

엄마가 오자 그제서야 안심하고 샤워를 했다. 방글라데시의 경험도 있었고 캄보디아의 후기에서 도마뱀이 많다던 생각이 나서 샤워하는 내내 주위를 살폈다. 물이 좋아서인지 엄청나게 개운했다.

엄마가 전화비가 1.25불이 나왔다고 항의를 했다. 분명히 당사자인 나가사끼 아저씨가 호텔의 전화기는 공짜라고 했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는 건지, 나가사끼 아저씨가 호텔관리인인지, 뻥이였다.

아빠는 다른 방에서 샤워를 하고 예희와 엄마는 그 방에서 같이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들어가자 마자, 갑자기, 불이 모두 꺼졌다. 내가 문 앞에 있었기에 내가 잘못 한 줄 알고 키를 찾아서 다시 넣으려고 하는데 보이지가 않았다. 베란다가 있었지만 불이 켜져있는 건물도, 심지어 이 높이의 건물 마저 없어서 바깥의 불을 사용하기는 실패했다. 하는 수 없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봤지만 복도 역시 어두컴컴하던 불마저 사라져 버린 후였다. 아빠가 큰 소리로 이 방도 불이 꺼졌냐고 물어보셨다. 정전이구나. 캄보디아는 전력이 약해서 원래 정전이 많이 된다고 한다. 조금 뒤 바로 불과 에어컨, 모두 돌아왔고 나는 잘 준비를 모두 마쳤다. 엄마가 부탁한 모닝콜을 로비에 하려고 전화기 옆에 있는 전화번호부를 보는데 전화번호부 바로 아래에 breakin&dirty라고 써 있었다. 물론 이 방의 물건이 부셔진다면야 돈을 당연히 내야겠지만 dirty의 fee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곳 저곳에서 여기저기 돈을 많이 받는구나, 하며 조금 흠칫했다. morning콜을 부탁한 뒤 예희의 침대 추락사고를 대비해 침대를 한 쪽 벽으로 밀었다. 그랬더니 침대 뒤의 받침대는 벽에 붙어있고 매트리스만 움직였다. 참, 가지가지 한다.

모두 잠 잘 준비를 마친 후 침대에 누었는데 잠이 안 왔다. 예희는 기도도 못 하고 눕자 마자 잠이 들었지만 나랑 아빠는 1시간 정도 더 뒤척이다가 잤다. 왠지 모든 게 불안했고 특히 이 찌는 온도에 대한 걱정이 너무나도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