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 하늬에게

 

이건 아빠가 써야하는 편지인데, 아빠가 오늘 너무 바쁘다고 해서 말이야.

덕분에 딸 생각하며 편지를 써볼까 한다.

 

길을 가다 조그만 유치원생들이 가방 메고 다니는 것을 보면 우리 하늬도 엊그제 이랬는데 언제 나만큼이나 커버렸지? 하는 생각을 혼자 하기도 한단다. 너는 첫째여서인지 자라는 순간순간이 모두 생생하게 기억나고 스쳐간단다. 유난히 엄마 손이 가지 않게끔 어릴때부터 스스로 무엇인가를 잘해서 넌 그때부터 고마운 딸이었고 지금도 사실 많이 고마워하고 있단다. 다른 집 아이들은 사춘기도 요란하게 보내던데 너는 오히려 엄마 마음을 이해해주고 위로하기까지 하니... 얼마나 감사하니? 아니, 사춘기가 아직 안와서 그런거라고? 그래도 너는 이 시간들을 지혜롭게 잘 넘기리라고 믿는다.

 

엄마는 욕심이 없어서 탈인데 너는 욕심이 많아 벌써 수능 걱정 하고 내년 시험 걱정하고 있으니 어떡하면 좋냐. 엄마 같으면 이제 기말고사 끝나서 신나게 놀고 있을텐데...

하늬야, 항상 부지런하게 살아주어서 고맙다. 무엇이든 알아서 하고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게 감사해. 이대로 쭉 간다면 언젠가 너가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너한테 김치 못담궈줘도 엄마, 김치담궈왔으니 맛있게 드세요~”할 날이 금방 올 것 같다. 얼른 커서 그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ㅋㅋ

 

요즘 날씨가 추워지니 바깥에서 지내고 있는 노숙자를 염려하며 어떡하냐고 이야기하거나 반 친구들 중에 어렵게 사는 친구 걱정하는 이야기를 할 때면 우리하늬에게 저런 마음도 있구나 싶단다. 너 동생들에게 한번씩 하는 것 보면 저 가시네가 좀 싸나워서 어쩐다냐싶을 때도 있지만 실은 굉장히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많이 헤아릴 줄 아는 딸이라는 것을 엄마는 알지^^

 

하늬야, 우리에게 주신 행복을 누리면서도 이 행복이 다른 사람들에게 흘러가도록 노력하자꾸나. 방학도 잘 보내고 내년엔 우리 모두 더 성숙해지는 한해가 되면 좋겠다. 사랑해~~


2011.12.23.

이쁜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