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저건네 가족분들!
너무너무 오랜만입니다. 자꾸 바쁜척해서 죄송합니다. 원래 제가 좀 바쁜 여자^^ 사실은 하나도 안 바빠용!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궁금해요!
저는 무척이나 잘 지내고 있답니다! 학교도 즐겁게 다니고 있고 특히 잔다르크에 관한 수업이 굉장히 재밌습니다. 지금 2학년이고 사실은 내년에 졸업예정이지만 1년 더 공부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부가 너무 빡센 것도 있고 제가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하지 못하니 과목 선택에 제한이 있어서 이 벽을 뛰어넘기 위해 또 앞으로 계속 역사를 공부하려면 독일어나 라틴어를 배워야 하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기에 언어도 배우면서 조금 여유롭게 공부하려고 합니다. 참 제가 불효녀네요... 아버지, 어머니 등골 휘는 모습이 훤합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보답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네요.
생활적인 면에 있어서 요즘 너무 즐겁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친구들도 정말 많이 사궜고 모두 지구 반대편에서 온 한국 친구인 저를 잘 챙겨준답니다. 몇 달 전에는 자꾸 저한테 매운음식먹기 시합을 하자고 유럽인 주제에 한국에서 온 저에게 자꾸 까불어서 제 위 건강이 저질인 상태였지만 질 수 없어서 한번 시합에 응해줬습니다. 정말 거짓말 안하고 비빔밥을 만들고 고추장 한 통을 다 넣었는데 저도 살면서 그렇게 매운 비빔밥 처음 먹어 봤어요.ㅋㅋㅋ 한 12명 정도 시합에 참가했는데 다들 다음날 화장실에서 후폭풍을 겪었다고 하더라고요.ㅋㅋ 또 얼마 전에는 브라질인 친구도 사궜고요! 2014년 월드컵 때 브라질에 놀러 가기로 약속했답니다. 또 함께 여자축구클럽에 들자고 했는데.. 게으른 제가 과연 여자축구클럽에 가입할지 안 할지는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모를 거에요. 역시 축구는 시청하는 것이 최고인 것 같아요.
매운음식먹기현장!
그리고 또 토요일마다 매주 9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 한글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국사만 가르쳤는데 올해는 국어까지 가르치게 되어서 조금 벅찬감이... 제 한글 실력도 문제인데 제 코가 석자인 셈이죠 뭐... 그래도 매주 굉장히 보람이 있답니다. 특히 처음에는 저와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지 않는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어서 걱정이 있었지만 다행히 별문제 없어요. 오히려 아이들이 국사선생님 때문에 한글학교에 와요! 국사선생님이 제일 좋아요! 선생님 수업 너무 재밌어요! 선생님 그만 두시면 저도 그만 둘 거에요! 이렇게 이야기 해줘서 너무 보람됩니다. 네.. 제 자랑입니다 ㅋㅋㅋㅋ 죄송해요. 월급은 받는 족족 저금해 놓았는데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 와~ 차곡차곡 쌓이는 통장을 보면서 직장인들께서 이 맛에 일하나.. 한답니다. 농담이고요.. 가르치면서 저도 공부하게 되고 배우는 점이 많아서 좋아요! 이번 여름에 정말로 진지하게 경훈이 역사 공부 봐주도록 하겠습니다. 정옥이 고모께 저번에 수업 하나도 안하고 놀기만 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늦었지만 드립니다... 스파르타식으로 경훈이 세계사 공부 봐주도록 하겠습니다!!!!! 약속!!!!! 또 국사, 세계사 수업 필요하신 분들 계시다면 연락주세요. ㅋㅋ 어디든지 갑니다.
교회는 잘나가고 있어요. 요즘은 이제 부활절에 맞춰서 몇주 동안 예수님께서 골고다에서 하셨던 마지막 말들에 대한 설교를 하셔서 열심히 노트하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예배에 임하고 있습니다. 매주 설교말씀이 참 많은 힘이 됩니다. 너무 심하게 자유분방한 네덜란드 사회에서 받는 상처를 치유 받고 재정비할 수 있어요!!!
얼마 전에 65세가 되는 제 친구 (?) 분의 생일파티에 갔다왔는데 65살인 현재에도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감사함과 동시에 불안함, 불확실함 또 나의 작음을 느끼는 감정들이 엄습해 온다고 하더군요. 저에게 사실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인간이라면 항상 느끼게 되는 감정들을 왜 저는 20대에만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인생에 대한 공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더 커졌고 엄마, 아빠부터 해서 모두가 이 공허감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에 꽤 울컥해지더라고요. 지금 만으로 21세인 저는 희미하게 원하는 꿈은 있지만 그 꿈을 이루게 되면 매일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이런 어리석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요. 그 꿈을 이루게 된다면 지금 매일 느끼는 고민이나 불안함 따위는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다고 현재를 희생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은 기뻤습니다. 매일이 마냥 행복하게 느껴졌던 나의 어린 시절에서 괴롭고 싸워서 헤쳐 나가야만 하는 매일매일이 절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건 그 자체로서 제가 제 인생과 진지하게 마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내 친구는 자기의 꿈을 이루고도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40년씩이나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제가 잘못된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내 꿈을 통해 행복해지길 원했고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나답기 위해서 얼마나 말도 되지 않는 고집들을 부려왔는지... 그 공허감은 인간중심적인 잣대에 맞춰진 내 꿈에서 오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답게 사는 것보다는 예수님과 닮은 나의 모습과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보다는 경건하고 섬기는 삶을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살기 위해서는 저의 모든 사고방식, 생활방식을 다 뜯어 고쳐야 되더라고요. 하지만 남을 비난하는 손가락질을 할때 잘 보면 두번째 손가락 외에 나머지 4개의 손가락은 나를 향하고 있다는 그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을 깨달았을 때 뭔가 멍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편해지는 마음에 행복해지더라고요.
아빠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는.. 특히 저는 예수님의 고난을 항상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1년에 한번 고난주간이 되어야만 예수님의 고난을 기억하고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제는 내 인생 작은 순간마다 잊지 않고 떠올리고 싶습니다. 내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차라리 욕을 퍼부었다면 속 시원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지만 항상 결국에는 좀 참길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들듯이 앞으로는 절대 남을 탓하지 않고 비겁하지 않고 변명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하루하루가 지나면 지날수록 인생은 더 괴롭고 억울하고 부당한 일들만 가득하겠죠. 그래서 문뜩 겁도 나고 도망 가버리고 싶지만 무고한 일로 모함 당하심의 최고봉이셨던 예수님에 비할 수나 있을까요.
문뜩 이런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쥐뿔도 모르고 철도 안든 저의 글을 그냥 귀엽게 읽어 주시길 바라며, 이상 네덜란드 생활 보고서 작성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
아이고, 너무 길어 읽기가 힘이 든다. 그리고 페이지 열기에 거시기가 있는 것 같다.
한국어, 영어, 네덜란드어, 이렇게 3개 국어도 모자라 독어, 불어, 라틴어까지?
행복은 꿈의 성취에 있다기보다는, 복의 근원이신 하나님 안에서만 인간은 진정한 만족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국어를 가르치려면 아래의 링크(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이용하기 바란다.
http://speller.cs.pusan.ac.kr/PnuSpellerISAPI_201009/Default.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