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목회 예찬

  농촌에 온 지도 어언 6년째이다. 처음에 이 곳에 올 때에는 여러 가지 사정상 할 수 없이 왔지만, 와서 다시 뒤를 돌아보며 반성하니 오래 전에 기도한 결과에 따른 하나님의 섭리였다.

  일반 사회인은 물론이고 교역자들 가운데도 농촌엘 안 오려고 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도회지 큰 교회에서 성도들이 금식기도하면서 까지 모시고 가려는 정도가 되면 굳이 일부러 농촌에 올 이유가 없겠지만, 하나님께서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길이라면 농촌에 오는 것도 복이라 생각한다.

  내가 요즈음 갈수록 절실히 깨닫는 것은 하나님과 교역자(혹은 성도)는 회사의 사장과 종업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의 사장은 좋은 대학을 나와서 실력이 특출하고 거기다 일을 열심히 하는 자에게 연봉을 비롯한 각종 혜택을 많이 제공하지만, 하나님과 교역자(혹은 성도) 사이는 부모와 자식 사이이다.

  자식을 키워본 부모들은 잘 아시겠지만, 자식이 잘 나고 똑똑하다고 다른 자식보다 밥이나 용돈이나 유산을 더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모는 못 나고 부족하고 약한 아들에게 더 관심이 많고 더 많은 영양과 유산을 주신다고 믿는다. 따라서 비록 어디에서 목회하든지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봉사하면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께서 도회지 목회자 못지않게 더 많은 복을 주시는 것 같다.

  그렇게 고생했던 알레르기 비염도 여기 와서 감사한 마음으로 봉사할 때부터 거의 다 나은 것 같다. 이곳에 온 이후로 벌써 해외여행을 6번이나 다녀왔고, 금년 11월에 또 새로운 곳을 계획하고 있다. 물론 아내는 1년에 2번이나 갔으면 되었지 무슨 농촌 목사가 1년에 3번이나 해외여행을 갈려고 하느냐고 야단이다.

  아이들도 도회지 아이들 못지않게 건강하고 공부도 잘 한다. 그 외에도 공개적으로 말하기 힘든, 농촌이기 때문에 얻게 되는 유익과 복이 너무 너무 많다. 그 동안 밤도 많이 주워 동료나 선배 목회자들에게 선물로 제공하였고, 옥수수도 수확하여 먹었으며, 참외와 수박도 많이 따먹었다.

  특별히 오늘은 모처럼 농촌에 사는 농부로서의 일을 조금 하였다. 사택에 소속되어 있는 단감도 따고, 들깨도 베고, 방울토마토도 1봉지 따고, 팥 이삭도 좀 주었다. 그리고 석류도 3개 정도 땄으며, 배추와 무와 고구마와 부추가 자라는 밭에 물도 주었다. 아직 콩도 수확해야 하고 파와 고추도 수확해야 한다.

  방울토마토는 5나무를 심었는데 여름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1봉지씩 열매를 땄던 것 같다. 하나님께서는 한 나무를 심으면 이렇게 적어도 수백 개 정도의 열매를 주시니, 농사지을 만도 하지 아니한가. 내가 수고한 만큼 열매를 거두니 이 얼마나 좋은가?

  나의 목회생활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앞으로 하나님께서 어디로 어떻게 인도하실지 장담할 순 없다. 그러나 농촌에 목회하고 있는 현재의 나의 삶이 너무도 감사하고, 앞으로 또 다른 농촌으로 인도하실지라도 역시 감사하며 순종할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