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차(한국보다 7시간 늦음)에 적응을 못해서 이 새벽에 1차로 몇 자 적어 봅니다.

우선 ‘성지순례 팀’으로 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유는 성지순례 사이트는 계획만 세워놓고 좀처럼 출발확정이 잘 되지 않았기에 할 수 없이 ‘일반관광 팀’으로 갔는데, 그래도 중동의 특수한 여건상 현지 가이드 두 분(한 분은 목사 선교사, 한 분은 독실한 집사님)이 다 기독교인이었고, 또 인솔자도 좋은 사람을 만나고, 룸메이트(여행의 전문가, 거의 100개국 가까이 여행한 사람)도 유익한 사람을 만나서 잘 지내고 많은 것을 배우고 왔습니다.

항상 느끼지만 음식에 대한 적응성이 약해서 거의 현지음식은 먹지 못하다 보니 이번에도 체중을 많이 줄여오는 경우가 되었고, 또 장시간의 비행(비행기 좌석의 불편함)으로 인해 현지여행은 즐거웠지만 가고 오는 시간과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동의 아랍권에서는 술이란 것을 일부 외국인을 위한 관광호텔에서는 허용하고 있으나 일반인들은 술을 금하기에 거의 평소 접하거나 하지 않기에, 도시에 향락문화가 없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자들이 집에서는 화려하게 옷을 입어도 외출 시에는 머리에 수건을 덮어 씌워서 외인들에게 살을 안 보이게 함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것(남자는 눈으로 안 보아야 욕망이 덜 생김)은 좋은 문화이자 배울 점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즈음 갈수록 우리나라도 서양의 안 좋은 문화로 인하여 부모와 자식이 떨어져 살고, 특히 그렇게 기대하고 열심히 고생해서 키운 자식에게 노후를 의지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내가 벌어서 살아야 되는 풍토가 확산되어 가고 있는데 반하여, 중동에서는 부모와 자식이 같이 살되 큰 아들 장가가면 한층 올리고, 둘째 아들 장가가면 또 한층 올리고, 그런 식으로 집을 짓기에 차를 타고 가다보면 거의 대부분 집을 마치 짓다가 말은 것처럼 지붕이나 기둥 위에 철근이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이들은 하루에 5번 기도(한 5분간)하는데, 새벽 3시가 되니 모스크에서 코란을 외우는(아잔, 기도시간 알리는 소리로 공항에서도 남)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랍비행기에는 메카를 향한 나침판이 항상 떠 있고, 어떤 항공기는 기내에서도 시간 되면 기도할 수 있도록 기도장소까지 만들어 놓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들이 모인 동네에는 어디나 모스크가 있는데, 마을에서 돈을 내어서 모스크를 짓고 돈이 없으면 1층 짓고 그 후에 돈 모아서 2층 짓고, 이렇게 몇 년 걸려서 짓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스크의 불은 파란 불인데 다른 불이 다 가도 안 꺼질 정도로 자체 발전기 시설을 해 두었답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이 너무 현실에 치우쳐 유익을 얻기 위해 기독교인임을 감추고 사는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해, 이들은 복장, 머리에 쓰는 것들, 그리고 음식이나 생활방식(광야를 가다가도 기도시간이 되면 자동차에서 내려 모래 위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음)까지 철두철미하게 믿고 사는 것, 그래서 생활 자체가 일종의 종교일 정도로 사는 것은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흔히 우리 기독교인이나 목회자들이 성지, 이러면 이집트나 이스라엘만 생각하는데, 1년 전에 가본 터키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이번에 가본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도 꼭 가보아야 할 성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경에 ‘레바논의 백향목’이란 말이 나오는데, 레바논에서는 자국의 국기에 백향목(삼나무)을 그려 놓을 정도였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잣나무나 전나무 비슷하고 해발 15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나는 침엽수이기에 단단하고 벌레가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알신전의 주산지인 바알벡이란 거대한 신전도 방문했습니다.

시리아는 구약에 ‘아람나라’로 나오는데, 창세기에서는 야곱의 외가집인 밧단아람으로도 나오고 그후에는 바산 왕 옥의 나라로도 나오는 곳이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아직도 과거처럼 살아가고 있는 베드윈족의 남녀로 구분된 텐트를 구경하였고, 수도인 다메섹과 직가라는 거리, 나아만 장군의 고향인 아마나와 바르발 강, 팔미라(솔로몬과 관련이 있는 타드몰), 또 창11장의 니므롯이 건설(?)했다는 벨신전, 등을 구경하였습니다.

요르단은 이스라엘 12지파 가운데 요단강 동편의 2지파 반(르우벤, 갓, 므낫세 반), 그리고 에돔, 모압, 암몬지역(그래서 지금도 수도가 암만)에 해당하는 곳이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아르논 골짜기(암몬과 모압의 경계), 세렛시내(모압과 에돔의 경계), 압복강, 거라사 지역, 나바티안 족들이 살던 페트라 유적지, 느보산과 길르앗 산지, 샤론의 꽃, 왕의 대로, 모압평지, 등등을 구경하였습니다.

중동에는 석회석이 많기에 돌이 흔하여 주로 돌집(이 돌이 열전도율이 제일 낮다고 함)을 짓고 살고, 또 그렇기에 물에도 석회질이 많다는데, 이것을 중화하는데 올리브 나무(가뭄에 아주 강한 나무)가 효과적이랍니다. 그래서 모든 음식에 올리브 열매가 나오고, 그 기름으로 밥도 볶고 나물이나 채소도 비벼서 나올 정도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 제철에 그 지역에 나는 과일을 먹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독사가 많은 골에는 해독제도 찾아보면 그 근처에 있다고 하듯이, 아마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신 것 같았습니다.

올 때에는 선물도 제법 샀지만, 특히 아랍권에서 지금도 수천 년간 하고 있다는 주식인 ‘호배지(나라마다 동네마다 이름이 조금 다르고 또 모양도 약간 다름)’라는 빵을 가지고 왔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드셨을 것으로 추정하고 성경에 떼어서 축사하시고 주셨다는 그런 빵입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