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건네 가족 여러분.

자칭 '국제 파출부' 옥현순 사모님께서

이 곳에서 3달간의 짧고도 긴 시간을 마치고

드디어 한국에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고

여러가지로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고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곳에 와서 나름대로 어떻게든 버텨본다고는 했는데.

그 동안 제 쪽에서 너무 혼자서 끙끙 앓고 고민하고 제 손으로든 어떻게든

해 보려고 하다가.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일이 많이 커져버린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는 저건네 홈페이지에 이나의 주절주절 코너에서

적당히 힘든 것을 내비쳤다고 스스로는 생각했는데.

현실에서는 제가 미리 먼저 손을 뻗쳤어야 했는데.

혼자 끙끙 앓고 혼자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한꺼번에

혼자 해결하려고 하다보니

일이 이렇게까지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입으로는 힘들다고 하면서도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뻗치면

그 손길을 거절하고 또 나 스스로의 길을 혼자 가는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참으로 똥고집이요, 자기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성격 특성입니다.

그리고 나서 하나님 탓, 주변 사람들 탓을 하니, 참으로 어리석습니다.

'쪽팔려서',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남들이 애절하게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도

결국엔 자기 생각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또 다시 하는 내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그래도 엄마가 와서 정말 좋았습니다.

엄마를 많이 속상하게 했고 엄마의 도움도 뿌리치고 내 고집을 부렸습니다.

힘든 것을 나 혼자 사색해서 혼자 어떻게든 내 생각 안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지금까지 저의 방식이었는데 그것에 대해 반성을 해 봅니다.

그것이 나만의 문제 해결 방식이었다는데는 크게 잘못이 없지만,

그 방법은 나 자신에게도, 주변 사람에게도 좋기보다는 더 해로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사색적이고 철학적이고 뭐든지 복잡하게 깊게 생각하는 걸 좋아하고 잘하는

제 성격을 다 고치기는 어렵고, 그 성격이 사실 위험한 쪽으로 치우쳐진 것 같습니다.

뭐든지 혼자서 하고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해결하고 혼자서 힘들어하고

그런 성격이 나 자신을 피곤하게 하고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상처를 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사람은 참으로 '간사'해서 ^^;;

아무리 반성하고 뉘우치고 그래도

다시 자기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기 쉬운데.

이 글을 통해서나마 여러분에게 고해성사를 하고.

엄마 귀국 얘기를 하려고 썼는데 또 너무 제 얘기만 썼군요.

떠나기 전 엄마의 심정은 '섭섭함과 기쁨' 이랍니다.

우리를 떠나는게 섭섭하지만 다시 통나무집에 가서 일하는 것에 대해 언급하시더군요.

지난 3달은 아마 저만큼 엄마도 아주 많이 힘드셨을 겁니다.

이제 어머니는 여러분의 손 안에 있습니다. 아하, 참으로 무책임한 말이군요. ^^;;

엄마와의 따뜻하면서도 치열했던 지난 3달간의 만남은

'부모 밑에서 있을 때가 제일 좋다'는 아빠 말에 동의하게 했습니다.

이 곳에 와서 나를 잡아주는 힘이 현실에서는 없다는 그 느낌은 정말 끔찍했습니다.

버려진 느낌이랄까요.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아무도 나를 끌어내지 못하고.

모든 것을 나 스스로 다 해야하는 그런 압박감 때문에. 많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서러움을 이번에 엄마가 99 % 채워주셨습니다.

엄마를 보며 믿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워낙 신념이 강하신 분이지만, 고난이 와도 기도하고 '위로부터 오는 힘'으로

불가능한 일도 해결점을 찾아가는 그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 곳 화란의 정서 중 하나인 'nuchterheid' 편안함이라고 해야할까,

아빠가 번역을 잘하실 것 같은데,

힘들여 뭔가를 열심히 이룩하는 근성보다는 적당히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딱 하는

그런 것에 익숙해져 더 해이해져 있었습니다.

한국인의 그 악바리 근성, 가끔은 너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정말 장점이고 강점인 것 같습니다. 우리 한국인들, 어디 가서도 잘 먹고 잘 살잖아요.

참 대단들 한 것 같습니다.

20대는 사춘기보다 더 심한 질풍노도의 시기라는데요.

'나는 누구인가' '내 친구들은 누구인가' '하나님은 누구인가'

정말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며 고민하는 시기.

이 암스테르담에 와서 혼자 사색하며 고민하며 힘들어하며 보낸 3년간,

내 '뿌리' 가 어디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

이런 질문들을 많이 했습니다.

내 뿌리가 어디일까 하는 질문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은

예, 그렇습니다. 아마 '하나님 아버지' 이겠지요. 물론 제 신앙은 아직 그 수준이 아닙니다.

말로만 그러는 거겠지요. 알고는 있지만 아직도 하나님께 저항하고 있습니다.

나쁘죠?

저건네 가족들과 부모님들은 뭐가 달라 보입니다.

그것은 아마 믿음과 신앙이겠지요. 그것을 기초로 하여 인생을 살고

가족들을 사랑하겠지요. 그것이 참 좋아 보입니다.

나도 그 곳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참 멀리도 와서 방황을 하고 있습니다.

내 뿌리에서 물리적으로 먼 곳으로 떠나

혼자 있는 자유가 너무 많다 보니 그런 가 봅니다.

여러분. 제가 '탈선'하지 않게 기도해 주세요.

아직 제 자신이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많은 자유가 있습니다.

제 믿음이 자라고 그 믿음으로 제가 지금 가진 여러가지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제가 가진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부정적이고 패배적인 생각들을

버리도록 기도해 주세요.

또 제 얘기로 빠져들었는데.

이제 어머니가 한국에 도착하시면 저건네 가족 여러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또 소식 알려드릴게요 ~~~~~~~~